코로나 시대 공시생 절반은 전·현직 직장인… “정년 보장되니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5.21 14:00

[조선에듀-에듀윌 공동리서치] 코로나 속 공시생은 지금

  • /사진=임화승 기자
    ▲ /사진=임화승 기자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9급·7급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절반은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종합교육기업 에듀윌과 함께 공무원 강의를 수강 중인 수험생 86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시생 52%는 ‘직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본지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와 배경을 자세히 살펴봤다.

    ◇코로나로 고용 불안 심화… ‘여성’ 지원자 증가세

    응답자 10명 중 7명(69.7%)은 코로나19 이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6개월 미만’이 45.7%로 가장 많았으며, ‘6개월 이상~1년 미만’은 24%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수험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복수응답)로 ‘정년 보장이 돼서(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공공 부문의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신입 및 경력 채용 기회가 줄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응답도 19.8%에 달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의 좋은 인재들이 공공부문에 쏠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며 “노동시장에서 인력 배분이 공공부문으로 집중될 경우 민간 부문에서 인력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가 경제가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없어서(17.6%)’다. 최근 5년간 공무원 시험 여성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9급 공채시험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57.6%를 기록했다. 여성 지원자 비율은 지난 2017년 52%, 2018년 54.1%, 2019년 54.6%, 2020년 56%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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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준비해 보니… ‘추천하지 않는다’ 46.5%

    그러나 공시생의 수험생활은 혹독하기만 하다. 많은 공시생들(46.5%)은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험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서(76.3%)’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시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어려운 점(복수응답)’으로 ▲장시간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 50.2% ▲시험 직전 또는 당일 코로나19 감염 우려 48.6% ▲공무원 시험 일정 연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22.7% 등을 호소했다. 기타 답변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때문에 시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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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생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공채 필기시험을 앞두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은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시험 직전이나 당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컨디션 난조를 겪을 수 있다’거나 ‘급격한 확산세로 시험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식이다. 앞서 지난해 3월 8일에 치러질 계획이었던 2020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5월 이후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반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추천한다’는 응답은 53.5%로 나타났다. ‘고용 안정성(74.5%)’이 높고, ‘채용 절차의 공정성(48.3%)’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합격 가능성 보이지 않을 때 진로 바꾸고 싶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시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조사에 참여한 공시생 10명 중 7명(70.2%)은 올해 합격하지 못한다면 ‘1년 더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다음으로는 ‘준비를 그만두겠다(12.7%)’는 응답이 많았다.

    실제로 많은 공시생들은 진로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진로 변경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공시생은 47.5%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합격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52.7%)’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을 때(47.1%)’ ‘주변 사람들이 합격하고 나는 불합격했을 때 (23.4%)’ 진로 변경을 고민했다.

    문제는 공시생들이 대부분 진로 변경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진로 변경 시 ‘다른 구직자와 스펙 격차가 커져서(52.4%)’ ‘기업의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46.6%)’ 고민이라고 밝혔다. 기타 답변도 ‘공무원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이미 많이 소비해서’ ‘미래가 불안정해서’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공시생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동작구는 공시생들의 진로 전환을 돕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공모사업을 통해 ‘웰센터’를 운영해왔지만, 올해는 현재 운영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웰센터는 진로 전환과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심리회복, 심층상담서비스, 직무분야별 멘토링, 일자리 매칭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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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