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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역병 속에서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초중등생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남들보다 먼저, 남들보다 깊이 공부해야 더 나은 미래가 있고 그 미래의 중심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쉬이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에 뿌리를 두고 현재를 지배하는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굴레 탓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그조차 경쟁의 사다리 맨 위로 올라갔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혁신, 현실 가능한 목표일까.
2015년 저서 ‘학교교육 제4의 길’을 통해 공교육 혁신의 방향을 제시한 앤디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 보스턴칼리지 린치스쿨 사범대학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 지금,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 교육혁신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답변했다.
세계적인 교육개혁 선구자라 불리는 하그리브스 교수는 미래학자이면서 교육본질론자다. 입시에 초점을 둔 배움의 도구화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왔다.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위기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놓지 말고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팬데믹 시대에 학생·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배워야 할 교육을 못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고, 이에 대한 경제적 성과나 소득 손실까지 계산하고 있는데 이건 잘못된 행동”이라며 “전쟁을 겪었던 과거에도 많은 학생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10~15년 후 경제는 제 모습을 찾아갔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교육기회에서 소외된 피난민 아이들에게 누구도 일반적인 평가기준을 갖다대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 걸맞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교육방식을 채택했을 때 교육의 불평등과 교육부실로 인한 문제들을 없앨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그리브스 교수는 코로나19와 인공지능 시대가 맞물린 현재 상황이야말로 전쟁과 다를 바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습 참여와 경험을 놓쳤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대체돼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지만,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요소는 과제·시험 등의 반복이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과 사랑을 재발견하게 하고 학습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론 내용 위주의 교육을 줄이고, 기술과 이해에 집중하는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전 세계는 경제는 물론 교육까지 ‘잠깐 멈춤’을 했고, 다시 시작할 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향해 가기에 지금이 교육혁신의 적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가와 입시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 않을까. 하그리브스 교수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단순히 성인이 되고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기’로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늘 성과 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매번 뭔갈 만들어내도록 가르치게 된다”며 “학부모들부터 자녀의 성과에 너무 불안해하며, 이름난 대학에 붙고 보자는 심정으로 교육하니 아이들 입장에선 희생만 강요당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학부모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오로지 입시’는 아니란 게 하그리브스 교수의 분석이다.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두하는 등 행복과 성취감을 갖길 원한다는 거다.
하그리브스 교수는 자녀를 교육할 때 입시라는 굴레를 정 벗어던지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입시를 바꿀 노력을 하라고 조언했다. 8살 아이를 둔 학부모라고 가정해보자. 앞으로 10년 동안 교사들과 협업해 학습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 공유방식, 성과 평가방식, 즉각적인 피드백 기술 등 혁신방안을 지속적으로 현실화하는 거다. 그러면 대학도 창의, 협업, 도덕성, 이타성 등을 인재상으로 입시제도를 바꿀 거란 예측이다. 실제로 이미 협업과 융복합, 디지털 이해력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리더의 자질로 거론되고 있고 대학입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같은 가정 아래 하그리브스 교수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부딪혀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면, 막상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땐 오히려 입시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대면 원격교육 등 디지털 기반 학습에 대해선 교사와 학교의 변화 즉 혁신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교교육에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미래교육에 해결책이면서 동시에 문제의 일부라고 바라봤다. 그는 “기술을 기회로 삼으려면 교사들이 펜, 종이, 책, 과학용품처럼 디지털기술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학교도 이런 교육기자재를 구매해둬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교육자로서 교사의 역할 변화도 주문했다. 하그리브스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은 교사에게 자신을 이해해주고 혁신적인 가르침을 주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자형 교사를 원할 것”이라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른에 대한 존경심은 유지하면서도 학습에서 자율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전통적인 권위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하그리브스 교수는 5월 17일부터 1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4회 국제교육콘퍼런스(EDUCON 2021)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팬데믹이 가져온 세계 교육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팬데믹 이후 교육의 형평성 재고’가 발표 주제다.
인공지능 시대…교육 혁신 방향은?
-앤디 하그리브스 보스턴대학 교수 서면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