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올해 비대면 학부모상담… “어색한 침묵 막으려 질문 준비”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4.21 10:13

-코로나로 달라진 상담 풍경… 대면 → 전화·메일로 바뀌어

  • “전화 왔는데 잠깐의 침묵이 어찌나 민망하고 어색하던지…. 학교도 며칠 안 가서 물어볼 말도 없고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얼른 끊었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학부모 상담주간이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학부모 상담주간은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학기 초 비대면 학부모상담이 이뤄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비대면 상담은 주로 전화로 진행한다. 학급마다 개별 학부모가 희망하는 시간을 취합해 담임교사가 전화를 걸거나 반대로 학부모가 전화하는 식이다. 문자 또는 메일도 주요 수단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탓에 상담 내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전화상담을 마친 대다수 학부모는 교사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전화상담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 4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학교를 일주일에 두세 번 가서 선생님이 아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6학년 아이는 2학기 때 하려고 이번 상담은 넘겼고, 4학년 아이는 학급회장이라 고민하다가 상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담임교사에 대한 궁금증도 전화상담을 신청한 이유 중 하나다. 학부모 B씨는 “코로나19라 전화상담만 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듯이 따뜻한 분 같더라”며 “담임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상담전화를 누가 먼저 거는지도 관심사다. 학부모 C씨는 “아이 선생님에게서 ‘상담시간에 맞춰 전화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걱정인데, 전화도 하지 않으니 선생님이 더욱 멀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상담시간에 맞춰 전화해야 하는지 모르고 교사의 전화를 마냥 기다리다가 상담을 못했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특히 많은 학부모는 통화 도중 어색한 침묵이 흐를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현직 교사들이 학부모상담과 관련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참고해 담임교사에게 물어볼 내용을 따로 메모해 준비하기도 한다. 실제로 초등 교사 유튜버 ‘해피이선생’의 ‘1학기 학부모 상담, 5가지를 꼭 이야기하세요!!!’ 영상은 게재된 지 약 4주 만에 조회수 27만회를 달성했다.

    이렇게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채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종종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자녀를 둔 학부모 D씨는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무성의한 상담은 처음 해본다”며 “말끝마다 ‘~뭐 이렇습니다’라고 하는데, 상담을 귀찮아하는 느낌이라 듣기가 싫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초1 학부모 E씨는 “아이 담임선생님이 (학부모 상담주간이라) 전화기를 계속 들고 통화하다 보니 팔이 아프다며 스피커폰으로 전화가 왔다. 팔이 아픈 건 이해하지만, 목소리라도 크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이가 잘한 부분은 말을 흐리고, 아이가 잘못한 부분만 강조하니 통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 했다.

    교사들도 전화상담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전화보다는 문자나 메일상담 등을 선호한다. 올해 학부모상담을 진행한 한 교사는 “말은 자칫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글은 여러 번 생각하고 고쳐 쓸 수 있어서 문자상담이 전화상담보다 낫다”며 “간혹 글로 정확한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에 전화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