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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학생부 세특 , 입학사정관들의 ‘쓴 소리’
기사입력 2021.04.12 09:39
  • 학생부의 평가요소가 축소됨에 따라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건국대, 한양대, 중앙대가 공동으로 조사 연구한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방안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특의 기재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종합전형)의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묻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 중 교사의 90.5%와 입학사정관의 89.0%가 세특의 영향력이 크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의 환경과 특징을 전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학생의 학업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교과학습 발달상황의 정량적인 부분에 더해 정성적인 평가가 포함되어 있는 세특이라고 볼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고교정보 블라인드시행과 더불어 2015 개정교육과정이 맞물린 현 체제에서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 입장에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호에는 상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특과 관련하여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정리했다. 지면에 모두 담을 수 없는 관계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관심 있는 수험생들은 보고서 전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세특 평가에서 ‘학생 제출 과제물’ 가장 높은 점수
    교과목 성취도 낮은데, 세특 내용 우수는 “NO!"

    입학사정관들이 세특 내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항목은 5점 척도 기준으로 ‘학생 제출 과제물 내용’(3.76점)이었으며,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는 ‘교과서 내용 기반의 응용 탐구 활동’(3.75점)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교과수업 외 개인별 심화 학습 활동’(3.67점), ‘교과목 외 학교/학급별 탐구 프로젝트 내용’(3.63점) 순이었다. 이에 비해 ‘교과목 성격과 직접 관련 없는 진로 관련 탐구’(3.22점), ‘교과별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이론과 개념’(3.12점), ‘교과서 외 외부자료 활용’(2.90점)의 경우 비교적 낮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즉 교사가 수업 내에서 관찰하는 범위를 넘어선 사례에 대해서는 입학사정관 대부분 박한 평가를 내렸다. 입학사정관들은 대부분 교사의 주관적 평가나 성취수준을 언급하는 것보다 객관적 관찰, 반응, 결과 등의 기재를 평가에 활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눈에 띄는 점은 세특 기재의 상향 평준화로 과거처럼 개인 간, 학교 간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고, 교과목 성취도는 낮으나 세특 기재 내용이 우수하게 작성된 것은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데 상당수가 의견을 같이 했다. 교과 내신 성적이 바탕이 되지 않는 화려한 세특만으로는,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과목 특성 고려하지 않은 전공적합성 강조 역효과
    세특 이외 비교과 활동 따져보고 ‘진정성’ 평가

    한편 세특 기재와 관련하여 전공적합성을 강조하는 최근 경향에 대한 입학사정관들의 쓴 소리는 수험생들이라면 충분히 참고할 만 하다. ‘교과 세특 기재를 과도하게 대학 진로와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글쓰기를 지양해줄 것’을 고교 측에 요청하는 입학사정관의 의견들이 꽤 있었다. “관심 분야(학과)를 과도하게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교에서 학과를 고려하여 작성하는 순간 고교에서 학생들의 진로탐색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일고교 지원자 전체의 모든 세특에서 그런 기재 경향을 보일 때는 기만적이라고 느껴져서 오히려 반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최근 지나치게 전공적합성에 집착하여 3학년 1학기에 갑작스럽게 지원할 학과와 관련된 내용을 거의 전 과목 세특에 반영하겠다는 수험생들이 종종 있는데, 입학사정관은 세특 이외 창의적 체험활동인 진로활동 등과 독서활동, 그 외 수상경력 등의 비교과활동을 통해서 세특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따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한 입학사정관의 직언은 인상적이다. “지나치게 학생의 진로를 강조하다보니, 재수생은 전공을 바꾸어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학생이 가진 다양한 관심과 적성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만약 교과목별로 실제 교과목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특성을 적는다면, 학생이 진로를 변경하게 되더라도, ‘이 학생은 이러한 특성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자신의 이러한 점들을 더 고려해서 지원하게 되었구나.’라고 파악할 수 있다.” 교사들 대부분이 전교생 모두에게 세특을 기재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고, 고교정보 블라인드 상황에서 세특이 조금이라도 부실하게 기재되면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대입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교사 의견은 필자도 충분히 공감이 갔다.

    올해는 고교정보 블라인드가 2년차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입학사정관들 중 상당수는 블라인드 서류 평가 정책이 오히려 학교 환경을 고려한 전문적인 평가에 방해가 되고, 세특 평가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개별 학교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의 서류를 평가한다는 것이 공정한 입시 결과에 이르는 마중물이 될 것인지, 오히려 혼란의 소지만을 제공할 지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와이비엠0417

교원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