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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급성(急性)’과 ‘만성(慢性)’이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은 치료도 바로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성은 이미 병이 오래되어 증세가 급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료가 잘 안 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런데 만성질환이라는 표현에서 ‘慢’이라는 글자가 흥미롭다. 원래 뜻대로라면 ‘曼’이 맞다. 그런데 왜 ‘曼性’ 질환이 아니라 ‘慢性’ 질환이라고 했을까. 사람의 마음을 뜻하는 ‘심방 변(忄)’을 붙여 그 질환이 반드시 육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도 온다는 뜻을 더한 것이다. ‘이까짓 병쯤이야’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고치지’ 등으로 차일피일하다가 그야말로 만성이 된다.
필자가 이렇게 만성을 언급한 이유는 이번에 다루려는 병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이기 때문이다. 인생 생로병사의 과정에 누구나 통상 나이 85~100세에 이르면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 섬유화 등이 찾아올 수 있다. 이 중 폐기종과 기관지확장증을 묶어 COPD라고 한다.
폐기종은 기관지염이나 천식의 반복으로 기침을 계속해 분비물이 기관지 강 안에 쌓이면 폐가 탄력성을 잃고 그 안에 커다란 공기주머니가 생길 때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관지 벽의 근육층과 탄력층이 파괴돼 많은 양의 가래를 동반한 기침으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기관지확장증도 자주 나타난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폐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무너질 때 폐가 망가지면 폐기종, 기관지확장증이 찾아오기도 그만큼 쉬워진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숨을 끊는 경우는 드물고, 39~40도의 고열과 함께 폐렴이란 사신이 찾아와 숨을 끊는다. 건강한 폐는 폐렴을 잘 이겨내지만, 망가진 폐는 치명타를 입기 쉽다.
물론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게 마련이다. 팔순이 넘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COPD나 폐 섬유화 같은 중증 폐질환이다 보니 고령화 시대에 이런 병의 유병률은 높아만 간다. 유럽에서 COPD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물었더니 61%는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표현했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COPD를 경험해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연이은 기침에 가슴은 멍이 든 것처럼 아프고 인공호흡기 없이는 발을 뗄 수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밥 한술 뜰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COPD를 양방에서는 치료 불가한 ‘영구적 병변’으로 보는데, 과연 이 병을 이기는 길은 없을까? 아니다. 길이 있다. 필자가 찾아낸 그 길은 다름 아닌 ‘건강한 편도선’이다. 편도가 건강해 튼튼한 림프구를 배출하면 외부에서 침투하는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고, 그 림프구들이 기관지의 망가진 근육층과 탄력층을 재생시켜 1년에서 1년 6개월이 지나면 COPD를 근본부터 바로잡을 수 있다.
15cm 앞의 촛불을 끄기도 어려웠던 사람이 놀랍게 좋아져 등산까지 해낼 수 있게 호전된다. 편도의 건강은 폐와 직결돼 있으므로 결국 COPD를 이기는 길은 바로 폐를 깨끗이 청소하는 ‘청폐(淸肺)’에 있다. 이 길을 알면 COPD는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
[서효석의 건강칼럼] COPD는 불치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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