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자녀의 ‘학교전담경찰관’을 소개합니다
기사입력 2021.03.29 09:23
  • 학교전담경찰관 시절, 한 어머니께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왕따 당한 경험이 있는데 중학생이 되어서도 말수가 없고 나약한 모습만 보여, 한 번은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고 학교에 보냈다가 저녁에 확인했더니 녹음기에는 아무런 대화 내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한참을 울다가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녹음기를 넣어둔 게 마음에 걸려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 ‘학교전담경찰관’을 알게 되어 제게 연락했다고 하더군요. 이후 저는 그 아이를 만나 아픈 이야기를 보듬어주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 연락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지금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고3이 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되어갑니다. 이번 새 학기는 2년 차 코로나가 함께 해 더 걱정이었죠. 다행히 아이들이 잘 버텨주고 있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니 예민한 아이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아이 중에는 더러 예민한 아이들이 있지요. 특히,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체질은 더 예민해진 게 사실입니다. 얼마 전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 두 분과 상담을 했는데, 등교를 앞두고 아이가 복통을 자주 호소해 꾀병으로 오해했다가 병원을 찾아 심리치료를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개학 이후 집에만 오면 방과 거실을 어슬렁거리며 넋 나간 표정을 지어 부모와 한바탕 소란을 벌인 적도 있다더군요. 어쩌면 부모는 코로나 증후군 때문에 자칫 ‘새 학기 증후군’을 깜빡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새 학기만 되면 꼭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지요. 직장 있는 부모에게 '월요병'이 있듯이, 새 학교, 새 학년, 새 학급을 마주한 아이들에게는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달갑지 않은 증상이 찾아옵니다. 특히, 처음 입학하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더 심하다고 볼 수 있죠. 대체로 '새 학기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투정이 심해지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심지어 등교를 거부하고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분명한 건, 아이들의 증상이 꾀병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더구나 이번 새 학기는 '코로나 증후군'까지 합세해 몸집을 불린 게 더 마음에 걸립니다.

    반면에 ‘새 학기’를 반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 신입 부원을 모집한 고등학교 교내 동아리 아이들과 화상회의를 했는데, 아이들은 새 학기 개학을 부모님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광복절'로 비유하더군요. 한 아이는 '학교 급식'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개학이 급식을 마음껏 먹도록 해 줬다”라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급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동안 쌓였던 ‘집밥’에 대한 불만과 부모님의 다이어트 잔소리로 화제가 옮겨지는 바람에 정작 제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요.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학업에 대한 불안이 더 커 보였습니다.

    부모는 새 학기가 되면,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적응은 선생님도 고민이죠. 여기에 아이들의 적응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있습니다. 바로 '학교전담경찰관'입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부르기 좋게 영문 앞 철자를 따 SPO(School Police Officer)라고도 부릅니다. 주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전담하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죠. 다시 말해,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는 학교를 전담하는 경찰관이 지정되어 있고, 부모님의 자녀 학교에도 ‘학교전담경찰관’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부모님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잘 모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처음 학부모가 된 분 중에는 이 제도를 아는 부모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자녀의 학교 적응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부모의 고민은 늘 이분법이죠. 그러니까 공부 아니면 안전입니다. 그중 아이의 안전은 공부 못지않게 부모의 주요 관심사가 됐죠.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미투나 잊힐 만 하면 등장하는 집단폭행 사건이나 성 착취 사건은 부모의 불안을 더 키웠고, 부모가 아이를 직접 챙기는 계기마저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 센스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뿐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또래 집단까지 관심을 보입니다. 그만큼 또래 집단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 늘 한계와 부딪칩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외톨이가 되지는 않는지 또, 덩치 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는지 별별 상상을 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아이의 학교생활과 관련해서는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데다 부모만큼 아이에 대한 애착을 가진 분이 선생님이니까요. 하지만 학교폭력 같은 심각한 사안을 알게 된 부모는 선뜻 아이 문제를 담임교사에게 털어놓는 걸 꺼리는 부모님들도 많죠. 일단 선생님에게 학교폭력을 상담하면, 상담 자체가 신고로 이어질까 두렵고 또, 생각지도 않았던 학교 절차를 따라야 하는 불안도 생기는 법이죠. 그래서 달리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다짜고짜 변호사 사무실에 연락을 취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님이 ‘학교전담경찰관’을 알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자녀의 학교를 전담하며 주로 학교폭력 예방 업무를 담당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폭력과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으로 편안하게 들어주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가장 큰 활동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협력하여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는 일을 합니다. 또, 부모님이 잘 아시는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피해 학생의 조치를 결정하는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지요. 이를테면,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연락하면 절차와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연락처는 담임교사에게 요청하면 알 수 있고 또, 상담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하면 비밀도 지켜드립니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2011년 한 중학생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당시 학교폭력으로 한 중학생이 안타깝게 자살하면서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고, 그 대책의 하나로 교육부와 경찰청이 협력하여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출범시켰습니다. 2012년 514명으로 시작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2021년 현재 1,030명으로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인해 2013년 2.3%였던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2017년 0.9%까지 감소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만큼 자녀의 안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데도 아직 많은 부모님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우리 자녀의 학교전담경찰관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또, 부모님이 학교전담경찰관의 연락처만이라도 알고 있다면 자녀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자녀를 위한 ‘최선의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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