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BTS, 우리 학교 급식은 'VTS'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3.18 10:08

-인천, 울산 등 주 1회 고기없는 급식 시행
-탄소 배출 줄여 지구 환경 지키려는 목적

  • 이달 8일 울산 청량초<왼쪽>와 울산중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고기 없는 급식./청량초·울산중 제공
    ▲ 이달 8일 울산 청량초<왼쪽>와 울산중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고기 없는 급식./청량초·울산중 제공
    ‘채식만두’ ‘비건진미채’ ‘두부너겟’ ‘달고기두부전’ ‘숯불바베큐맛 방어스테이크’.

    전국 초·중·고교 급식 식단표에 색다른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다량의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육식 위주의 급식을 바꿔보자는 움직임이다. 그 출발점은 ‘채식 선택제’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생·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채식 선택제 도입 학교를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을 각각 채식 선택 급식 선도학교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학교는 ‘채식의 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채식에 대한 학생들의 편견과 거부감 등을 없애는 취지에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채식 선택 급식 선도학교는 주 1회 V.T.S(Vegetarian Trip of School meal)데이를 정해 고기 없는 급식을 제공한다”며 “내년부터는 더 많은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선도학교를 통해 채식 선택 급식의 표준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울산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학교 급식에서 격주로 시행하던 ‘고기 없는 월요일’은 올해부터 매주 운영하기로 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영국의 팝 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열린 유럽의회 토론회에서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고 제안하면서부터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 운동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보다 일찍이 전북교육청은 ‘채식의 날 시범학교’를 꾸준히 확대 운영해왔다. 지난 2011년 20곳, 2012년 43곳, 2013년 57곳 등을 지정했지만 최근에는 채식의 날 운영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채식의 날을 운영한 전북 관내 초·중·고교는 121곳에 달한다.
  • 채식 급식을 제공하는 ‘V.T.S데이’를 소개하는 인천 상정초의 안내문. /인천시교육청 제공
    ▲ 채식 급식을 제공하는 ‘V.T.S데이’를 소개하는 인천 상정초의 안내문. /인천시교육청 제공
    그러나 학교 급식에서 채식 선택제가 보편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채식 선택제 도입에 앞서 학생·학부모·교직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영양사는 “채식 선택 급식 운영 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육류를 식단에서 제외해야 해 메뉴가 비교적 한정적”이라며 “아이들의 기호에 맞춘 식단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0~2024)’을 통해 학교 급식에 채식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교육청은 채식 선택제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동의율이 높은 학교를 선정해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현재 ‘생태전환교육 중점학교’ 7곳에서만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채식 선택제 도입은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전체 학교 구성원의 협의가 필요해 바로 적용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중점학교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