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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조화로운 상태를 이야기할 때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을 쓴다. 이를 직역하면 ‘물은 위로 올라가고 불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위쪽은 시원하고 아래쪽은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화를 내서 열을 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는데, 열이 위로 몰리는 탓이다. 이러면 안 좋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뿌리와 줄기를 통해 물이 위로 올라가고, 태양빛은 광합성을 통해 줄기와 뿌리까지 내려와야 한다. 뿌리에서 잎사귀까지 물을 빨아올리지 못하거나 너무 강한 태양열로 잎사귀가 타들어간다면 식물은 고사하고 만다. 우리 인체도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
흔히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 바로 수승화강의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상반신에 열이 나고 하반신이 차가워지는 일상생활의 연속이다. 즉 머리는 매우 많이 사용해서 열이 나는 반면, 걷기나 달리기 등의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 차갑다.
집앞에 있는 가게를 가도 차를 몰고 갈 정도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문 배달이 대세요, 집콕과 방콕이 일상이니 수승하강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인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승화강을 실천하려면 수면, 식사, 운동 시간을 늘 같은 정도의 같은 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 맛을 가장 잘 살린 조리법으로 식사해야 한다. 이때 맵거나 짜거나 단맛이 진하지 않은 담백한 맛을 내는 음식이 좋다. 식품첨가물과 인공조미료 사용은 상열(上熱·열기를 위로 끌어올림) 상태를 만들기 쉬우니 가급적 첨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수면인데,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것은 수승화강에 쥐약이다. 아침 산책, 명상, 무사고(無思考·멍 때림) 등 지친 뇌를 식힐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특히 하루 중 시간을 정해 걷는 것이 자율신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능하다면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걷는 것이 좋다.
필자가 평생을 연구하고 있는 편강의학도 어찌 보면 수승화강의 원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즉 폐가 인체의 기를 주관하는 호흡기관인데, 여기에 열이 쌓이는 것을 적열현상(積熱現狀)이라고 한다. 적열이 생기면 폐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호흡기 계통 기능에서도 여러 가지 장애를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 비염과 천식, 아토피다.
따라서 필자는 비염·천식·아토피를 폐의 적열로 인해 생기는, 뿌리가 같은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폐의 적열로 인해 생긴 질병이므로 해결책도 역시 똑같다. 폐의 적열을 없애주고 폐 기능을 강화해주는 것이다. 폐 기능을 강화하려면 폐가 맑아야 한다. 폐를 맑게 해주는 것을 청폐작용(淸肺作用)이라고 하는데, 운동이 제일이요, 이미 병들었으면 청폐 한약으로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효석의 건강칼럼] 수승화강(水昇火降)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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