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길어진 집콕에 ‘책육아’ 인기… 우리 집도 해볼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21.02.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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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리 경남 창원 창북중 교사('캐리어 책육아' 저자)는 지난 3년간 세 남매와 함께 6200권의 책을 읽었다. 사진은 세 남매가 지우개를 던져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는 모습. /최애리 교사 제공
코로나19로 아이와 집에 머무르는 부모들이 책을 꺼내 들고 있다. 교보문고의 ‘2020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자녀교육서 판매율은 전년 대비 25.5%, 아동도서는 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소설의 경우, 지난해보다 113.1% 신장했다. 자녀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자 책을 읽히며 학습공백을 메우려는 부모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발맞춰 대형 서점에서는 집과 학교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코로나19 상황 속 ‘부모와 아이를 위한 책육아 솔루션’ 관련 저서를 소개하고,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매달 가정으로 추천도서를 보내주는 ‘책육아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책육아에 푹 빠져 있는 부모들에게서 실제 경험과 조언을 들어봤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읽어줘야

최애리 경남 창원 창북중 교사(‘캐리어 책육아’ 저자)는 지난 3년간 세 남매와 함께 6200권의 책을 읽었다. 최 교사는 다독의 비결로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책’을 꼽았다. “흔히 자녀교육서에서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도 따라 읽는다고 하던데, 저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유명한 전래동화를 사서 읽어줘도 반응이 없었죠. 그러다가 도서관 신간 코너에 갔는데, 아이들이 ‘똥’ ‘도깨비’ ‘외계인’ 등이 나오는 책을 가지고 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찾아 읽어주기 시작했죠.”

유·초등생 두 남매를 키우며 2000여일간 책육아를 지속하고 있는 지에스더 광주 선광학교 교사(‘엄마표 책육아’ 저자) 역시 “책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읽어주고 싶은 책이 아닌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며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책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야 놀다가도 한 번씩 들춰보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이 필요할 땐 도서관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매번 새 책을 구입하고 보관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 많아졌지만, 비대면 도서 대출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 교사는 “도서 택배서비스나 북 드라이브 스루 등을 통해 오히려 평소보다 책을 더욱 빨리, 편하게 빌릴 수 있게 됐다”며 “대여 권수나 기간에 제한이 없는 전자도서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만일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거나 다소 깊이 있는 주제의 책 읽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올해 초등 5학년,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매일 책 읽어주는 엄마입니다’를 쓴 이혜진 작가는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잊고 있었던 묵은 책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깊이 있는 독서’를 실천하는 기회로 활용했어요. 아이들이 여러 권을 쉽게 빨리 읽기보다는 한 권을 오래 깊이 생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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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책 읽어주는 엄마입니다' 저자인 이혜진 작가의 자녀들이 독후활동으로 책 박물관의 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혜진 작가 제공
◇독후활동도 재미가 중요… 주제 깊이 탐구하거나 확장

독후활동 역시 ‘재미’가 중요하다. 책육아를 경험한 부모들은 ‘배움을 재밌는 활동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독후활동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이가 한 분야에 심취해 있을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첫째 아이가 4살 무렵에 화산에 대한 책을 매우 좋아해서 100번도 넘게 읽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에 함께 가서 화산 폭발 영상과 여러 종류의 화산을 관찰하게 해줬더니 화산에 더욱 푹 빠져들더군요.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가 생기면 사진만 보고 책을 넘길지라도 도서관에서 어린이도서부터 전문도서까지 고루 빌려와 함께 보고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이 작가)

최 교사는 아이가 재밌어하는 책과 관련된 주제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어느 날, 아이들이 ‘쥬만지’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어요. 책 뒤표지에 ‘영화의 원작’이라고 써 있는 걸 보더니 영화를 엄청 궁금해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더니, 이번엔 영화에 나오는 보드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거에요. 그래서 가족들이 모여 그 보드게임을 다 같이 했습니다. 책에서부터 재밌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나간 거죠. 나중에는 쥬만지 작가의 다른 책이나 원서 등에도 관심을 갖더군요.”

그림을 그리거나 필사를 하는 등 아이가 책을 읽은 경험을 다양하게 표현해볼 수도 있다. 최 교사는 “책 읽기 후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를 할 때는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 활용하기도 한다”며 “예컨대 모 윌렘스의 피죤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다면 출판사나 작가가 올려둔 ‘책 속 캐릭터 그리기’ 영상을 보여주며 아이와 함께 따라 그려보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필사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최소한 문장 단위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 아이 스스로 적어도 한두 문장을 읽고 쓰는 식이다. 지 교사는 최근 들어 첫째 아이와 함께 사자소학을 한 문장씩 필사하고 있다. “얼마 전, 사자소학에서 ‘좋은 일을 하면 복이 들어온다’는 내용의 문장을 아이와 함께 필사했어요. 이를 통해 아이에게 ‘좋은 일’은 무엇인지를 물어보며 생각을 여는 시간을 가졌죠. 평소 아이와 나누는 대화 주제는 한정적이지만, 필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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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매를 키우며 2000여일간 책육아를 하고 있는 지에스더 광주 선광학교 교사('엄마표 책육아' 저자)는 독후활동으로 필사를 하며 아이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지에스더 교사 제공
◇‘퇴근 후 5분’ 책육아로 부모·아이 모두 성장

책육아에 푹 빠져 있는 부모들에게도 지치는 순간이 있었다. “둘째는 책을 읽어주려고만 하면 도망을 갔어요. 첫째한테 책을 읽어주는 풍경을 자주 봤으니 둘째도 책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책을 읽어주려고 정말 별걸 다해봤습니다. 어느 날, 밥 먹을 때 책을 읽어주니까 엉덩이를 붙이고 듣더라고요. 둘째 때문에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나중엔 책육아로 부모의 사랑을 느끼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책육아에서 제 욕심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죠.”(지 교사)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루 5분’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책을 도구로 삼아 퇴근 후 아이랑 5분이라도 붙어 있자는 생각이었어요. ‘매일 책 한 권을 다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작은 목표를 잡았어요. 매일 책 한쪽만이라도, 힘든 날엔 한 문장이라도 읽어주자는 식으로요. 5~10년간 날마다 5분이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거든요.”(지 교사)

책육아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집안을 미니멀하게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 교사는 “워킹맘임에도 책육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가정에서 매일 정리해야 하는 공간과 물건 등을 줄인 것”이라며 “아이들 장난감은 리빙박스 6개를 넘지 않도록 하고, 책도 소장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어줬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책읽기 습관을 위해 독서대, 타이머, 북트리 등 다양한 보조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 공부방이나 책상이 따로 없어도 ‘독서대’ 하나면 충분합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독서대를 올려놓고 그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거죠. 이때 작은 타이머를 활용해 시간을 설정해놓고 책을 읽으면 아이들의 집중도도 높아져요. 또한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북트리에 스티커를 붙여주면 책 읽기에 대한 아이들의 자신감이 자라나죠.”(최 교사)

그렇다면 책육아는 언제까지 하는 것이 좋을까. 이 작가는 “초등 저학년까지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가 모를 법한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설명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보다 ‘책을 얼마나 꼭꼭 씹어 소화시키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잔소리 없이 아이가 혼자 자유롭게 책을 읽는 시간도 필요하다. 지 교사는 “아이가 책읽기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아이가 여유로운 시간에 어떤 책을, 어떤 자세로 보든지 자유롭게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느 날엔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몸을 눕히면서, 또 다른 날엔 물구나무를 서면서 책을 읽더군요. 이때만큼은 ‘바른 자세로 앉아라’라고 잔소리를 하고 싶어도 입을 꾹 다물어요. 책을 접거나 그림을 그려도 괜찮아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자연스럽게 체화하기 위해서죠.”

이들은 책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고 말한다. “서로 살을 맞대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부모와 아이의 정신건강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죠. 책육아는 단순히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책을 함께 읽으며 동반성장을 하는 과정입니다.”(이 작가)

lul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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