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총장이 주목한 미래 대학의 역할… “기초과학, 기술 사업화, 다학제 연구”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2.03 14:23

-카이스트, 개교 50주년 '세계 대학 총장 정상회의' 열어
-“학문 간 협업으로 글로벌 과제 해결 가능… 경계 허물어야”
-AI 등 과학기술 급격한 발전에… “대학이 윤리적 토론 이끌자”

  • /유튜브 ‘KAIST’ 채널 캡처
    ▲ /유튜브 ‘KAIST’ 채널 캡처
    “올리브 나무와 같은 기초과학을 키우며 혁신의 엔진을 가동하고, 여러 학문분야 리더를 한 곳에 모아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라파엘 라이프 미국 MIT 총장)

    3일 오전 카이스트가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세계 대학 총장 정상회의’에서 라이프 총장은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열린 총장 정상회의에는 라이프 총장을 비롯해 모턴 샤피로 미국 노스웨스턴대 총장,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카즈야 마스 일본 도쿄공대 총장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이번 총장 정상회의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됐다.

    라이프 총장은 미래 대학의 역할을 올리브 나무와 엔진, 야구팀에 비유했다. 그는 “올리브 나무를 심으면 빨리 자라지만 열매 맺는 데는 수십년이 걸린다. 올리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오래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기초과학으로 맺는 열매는 과학기술의 돌파구가 될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프 총장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단기간에 여러 회사에서 개발한 것 역시 기초과학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팬데믹을 통해 우리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기초과학이야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므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학 연구실에 있는 인재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엔진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라이프 총장은 “대학의 연구실에서 나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이나 연구실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MIT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시장성 있는 기술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본과 장비, 사업가 연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산업과 학문분야의 리더를 모아 공동의 목표를 해결하는 일도 대학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봤다. 라이프 총장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를 모아 승리로 이끄는 야구팀처럼 대학도 여러 분야 리더들을 한곳에 모아 다학제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신속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피로 총장 역시 다학제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여러 학문분야가 서로 협업을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이날 ‘글로벌 온라인 MOOC(온라인 공개 수업) 컨소시엄’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카이스트는 현재 국내의 여러 대학과 협력해 88개의 MOOC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며 “세계 유수 대학들과 협력해 글로벌 온라인 MOOC 컨소시엄 설립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회의에 참여한 4개 대학 총장들은 최근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대학 차원에서 실시하는 윤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샤피로 총장은 “앞으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윤리적인 토론을 대학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신 총장은 “대학에서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며 “하나의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학들이 협업하지 않으면 디지털 유토피아가 아닌 혼란스러운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