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확대 이후 학교 부정적 인식 커져… 효과 낮고 소통 줄어든 탓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1.20 11:26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 변화’ 연구 결과
-학교 인식 차이 ‘초등학생’ 가장 두드러져
-자기주도학습, 협동학습 감소 추세… “교육 당국,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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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원격수업이 확대 실시되면서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 사이에서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을 통한 배움이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사 및 친구들과의 정서적·사회적 관계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과 협동학습 경험이 감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생의 교육적 결손과 발달 지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소장 배상훈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PEAR(Partnership in Education and Resilience) 연구소, 베를린 자유대학과 공동 수행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학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1학기 사이에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성균관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공동 제작한 설문지에 응답한 초등학생 261명, 중학생 218명, 고등학생 396명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로 ‘학교에 대한 인식’ 관련 문항에 대한 응답은 2019년 2학기 평균 3.14점에서 2020년 1학기 평균 2.74점으로 낮아졌다. 구체적으로는 학교에 대한 인식을 구성하는 학업적 요인과 사회정서적 요인이 모두 감소했다.

    학업적 요인인 ‘나는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은 3.05점에서 2.75점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학교 수업을 원격수업이나 EBS 수업으로 대체했지만, 원격수업을 통한 배움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정서적 요인인 ‘나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내게 가까이 있다고 느낀다’ 문항에 대한 응답은 3.22점에서 2.73점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이 기존 학생들에게 교사 및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음을 시사한다”며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학생들의 정서적·사회적 관계망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제공
    실제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수업 이후 활동’을 비교분석한 결과, 친구들과의 소통 및 상호작용 빈도가 24.7%에서 17.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스마트폰·유튜브·PC게임·SNS 등 전자기기 사용이 같은 기간 27.1%에서 44.3%로 늘었다.

    특히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현상은 ‘초등학생’에게서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전후 학교에 대한 인식 차이는 초등학생(0.55), 중학생(0.36), 고등학생(0.32)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에 가지 못하면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초등학교가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되는 공간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초등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자기주도적 학습 역시 코로나19 전후로 모든 학교급에서 감소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상황에서 스스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기가 어렵고, 효과적인 학습전략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학습방법을 배워가는 단계인 초등학생(0.12점)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교사의 피드백 부족, 또래 집단과의 소통 감소 등이 원인으로 봤다.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협동학습도 크게 감소했다. 협동학습 감소 폭은 0.5점으로, 전체 요인 중 코로나19 전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원격수업 상황에서 친구들과 다양한 소통과 협업을 할 기회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과정중심평가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아 학생의 협동학습을 촉진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은 “이제 비대면 원격수업 확대가 뉴노멀이 되는 상황을 맞아 학생의 교육적 결손과 발달 지체에도 신경을 써야 할 시기”라며 “특히 학생들이 각 발달 단계마다 반드시 겪어야 할 사회정서적 경험을 놓치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학교와 가정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소장은 “지난해는 안정적인 원격수업 운영을 위한 기술적 지원에 신경 썼다면 올해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특히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취약한 자기주도적 학습과 협동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수업 설계와 평가 방안 마련에 교육 당국과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