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매주 ‘고기 없는 월요일’… 학교 급식도 ‘채식’ 바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1.18 13:35
  •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급식에서도 콩까스, 베지미트를 먹고 싶대요. 채식 선택 급식제가 도입된다니 너무 기쁘네요.”

    전국 학교에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육식 위주 식단으로 구성된 기존 학교 급식에서 학생들에게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식이다. 채식 선택권이 도입될 경우, 채식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교 급식에서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대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생·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시범학교 도입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중·고교에서 채식 선택 급식 선도학교 6곳을 선정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교육청은 오는 2024년까지 채식 선택 급식 선도학교를 100곳으로 늘리고, 2025년에는 채식 선택 급식을 전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교육청은 지난해 7월부터 학교에서 월 1회 채식의 날을 실시하도록 권장했고, 9월부터는 시범학교 2곳에서 주 1회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학교 급식에서 격주로 시행하던 ‘고기 없는 월요일’은 올해부터 매주 운영하기로 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취지에서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영국의 팝 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열린 유럽의회 토론회에서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고 제안하면서부터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 운동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일찍이 학교 급식에 채식 선택권을 도입한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 20곳, 2012년 43곳, 2013년 57곳 등으로 ‘채식의 날 시범학교’를 꾸준히 확대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시범학교를 지정하지 않고, 학교가 채식의 날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채식의 날을 운영한 전북 관내 초·중·고교는 121곳에 달한다.

    이처럼 전국 학교에 ‘채식’ 바람이 불고 있지만, 채식 선택권을 보편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채식 선택제 도입에 앞서 전문가·학부모·교직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6월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0~2024)’을 통해 학교 급식에 채식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교육청은 채식선택제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동의율이 높은 학교를 선정해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현재 ‘생태전환교육 중점학교’ 7곳에서만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채식선택제 도입은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전체 학교 구성원의 협의가 필요해 바로 적용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중점학교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채식 선택 급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학교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학교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채식주의자 학생·학부모 24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채식주의 선택권 보장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학생·학부모들은 당시 “채식 선택권 보장은 양심의 자유, 자기 결정권, 건강권, 평등권, 환경권 등과 결부돼 있다”며 “공공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채식인이 소수라는 이유로 국가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식단 작성과 급식 제공은 학교장의 재량에 달렸으므로 채식 선택권이 없는 것은 법률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