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교사 10명 중 6명 아동학대 신고 망설여… “신고자 법적 보호장치 마련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21.01.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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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65.9%, 아동학대·의심사례 목격 경험 있어
-신고 후 아동 상황 나빠질까 우려… 소송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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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보건 교사 A씨는 팔목 통증을 호소하던 한 학생의 긴 팔 소매를 걷었다가 깜짝 놀랐다. 팔뚝 전체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티셔츠를 살짝 들춰보니 아이의 등에도 선명한 멍 자국이 보였다. A씨는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서둘러 이 사실을 알렸다. 담임교사에게서 이 소식을 들은 교장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날,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아버지는 학교를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아이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유·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신고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6명(65.9%)은 재직 중인 학교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거나 의심사례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목격한 아동학대 유형은 ‘신체 학대’가 37%(18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임 및 유기’ 32%(158명), ‘중복 학대’ 15.4%(76명), ‘정서 학대’ 13%(64명), ‘성 학대’ 2.6%(1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를 목격하고 있지만, 이를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교사는 약 10명 중 2명(19.3%)에 그쳤다. 

대다수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였다.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는 교사는 60.1%(466명)에 달했다. 이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주된 이유는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33.8%)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라는 응답도 많았다. ‘가해 주 양육자의 위협 때문에’ 14.1%, ‘신고 후 진행 절차에 대한 불신’ 10.9%, ‘신고 이후 소송에 시달릴까 봐’ 8.7% 등의 답변도 이어졌다.

많은 교사는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개선할 점(중복 응답)으로 ‘신고 후 학대를 저지른 주 양육자와의 분리’(76.5%)를 꼽았다. 이외에도 ‘신고자의 신변보호’(70.1%), ‘가해 주 양육자의 소송에 대한 신고자 보호’(55.8%), ‘복지 시스템 강화를 통한 학대 징후 가정의 조기 발견’(35.4%) 등을 개선점으로 제시했다. 

김선호 서울 유석초 교사는 “교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로선 신고 이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며 “교사가 아동학대를 신고하고 나서 벌어질 수 있는 소송 등에 대한 법적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ul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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