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다시 쓸 좋은 방법 없나요”…고민하는 학교들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2.10 10:59

-학생 공모전 계획ㆍ기존 교실에 그대로 부착하기도
-교육당국, 수요 조사해 재사용ㆍ재활용 규모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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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시험장 학교가 시험실 책상에 설치됐던 칸막이 재사용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칸막이 제작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가급적이면 다시 쓰고 싶다는 게 일선 학교의 분위기다. 또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려는 학교는 마땅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학생 공모전을 계획하는 등 아이디어 내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수능 시험장이었던 학교들은 책상 칸막이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됐을 뿐더러 칸막이의 품질도 생각보다 훌륭해 재사용하려는 학교가 많아지는 모습이다. 칸막이 제작과 설치에 들였던 막대한 예산이 그대로 폐기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아깝다는 게 일선 학교의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의 A 고교는 일단 책상에 접착돼 있던 칸막이를 떼어내고, 기존에 설치됐던 책상 전면과 측면을 가리는 ㄷ자 칸막이를 다시 설치한 상태다. 이 고교의 B교사는 “기존에 학생들이 익숙했던 ㄷ자형 칸막이를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하되 수능 때 설치됐던 칸막이의 재사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교는 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회를 주축으로 공모전을 열어 칸막이 재사용 방안을 정해 다시 쓰겠다는 게 현재 계획이다. B교사는 “화단에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가림판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고교가 재사용으로 노선을 정한 것은 칸막이 설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과 관계가 있다. 약 50만개의 수능 칸막이 제작ㆍ설치에는 7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문제가 없다면 탄탄하게 만들어진 칸막이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게 이 교사의 전언이다. B교사는 단 “수능 칸막이는 반투명인데 투명하게 만들어졌더라면 다양한 곳에서 재사용이 가능했을 것 같다”며 “교육당국이 예시로 재사용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 서울 마포구의 A고교는 우선 칸막이를 제거한 뒤 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재사용 방법을 정해 활용하기로 했다./A고교 제공
    ▲ 서울 마포구의 A고교는 우선 칸막이를 제거한 뒤 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재사용 방법을 정해 활용하기로 했다./A고교 제공
    강남의 한 특성화고도 칸막이를 재사용한다. A고교처럼 새로운 용도가 아닌 기존대로 교실 책상 칸막이로 재사용한다. 이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안팎이라 교실 내 거리두기가 가능해 ㄷ자형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학교 C교장은 “(수능 시험실로 쓰였던) 1~2학년 교실에 설치됐던 칸막이를 떼지 않고 유지한 상황”이라며 “생각보다 칸막이의 품질이 훌륭해 소독한 후 재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칸막이를 사용해보고, 방역 효과가 좋다면 3학년도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높아진 상황서, 학부모들의 방역 강화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때마침 수능 칸막이가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한 효과적 방안이 될 거라는 게 이 교장의 말이다. 그는 “초반에는 학생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역 강화를 위해서는 칸막이를 계속 쓰는 게 맞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와 환경부는 칸막이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의 재사용 수요를 점검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거해 소규모 식당, 단체급식소, 경로당 등 재사용을 원하는 곳에 이를 전달한다. 그래도 남은 칸막이는 재활용 업체 등과 수거 방법을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재사용·재활용 수요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 시험장 학교로부터는 배출 규모를 파악하고, 이와 동시에 이를 가져와 사용하기 원하는 학교나 유관 기관의 수요를 파악하는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 수요를 조사하면 다음 주 중 구체적 재사용·재활용 규모가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