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이의신청 411건…수험생 눈길 끈 이색문항 무엇?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2.08 10:50

-공유자전거ㆍ온라인 수업 등 사회 트렌드 반영
-국어 37번ㆍ 물리학 Ⅱ 18번 오류 지적 몰려
-한국사 20번 쉬워 “역사교육 강화 취지 무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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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의신청이 마감됐다. 올해 수능에는 총 411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올 수능에서도 수험생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 문항 출제는 여전했다. 공유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는가 하면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지문도 나왔다. 국어영역과 과학탐구 물리학 Ⅱ과목에 대한 출제오류 주장도 나왔다. 또한 절대평가 한국사에서 나온 문제는 선지를 고르기가 너무 쉬워 난이도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 이목을 끈 수능 문제는 무엇이 있었을까. 2021학년도 시험을 비롯해 최근 3년간의 수능에서 수험생들을 울고 웃게 만든 문항들을 정리해봤다.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 관련 이의신청 건수는 총 411건이다. 지난 7일 오후 6시 이의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이날 오후5시59분 기준으로 평가원 홈페이지의 문제·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국어 144건을 비롯해 ▲사회탐구 121건 ▲과학탐구 81건 ▲영어 46건 ▲수학 13건 ▲직업탐구 3건 ▲한국사 2건 제2외국어·한문 1건이 각각 올라왔다. 지난해 수능 이의신청 건수 344건보다 67건 늘어난 수치다.

    가장 쟁점이 된 문항은 국어 37번이다. 국어 37번 지문에는 3D 합성 영상을 생성하고 출력하는 과정인 모델링과 렌더링 관련 내용이 담겼다. 평가원은 정답으로 4번을 제시했으나 다수의 이의신청자가 1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탐구영역 물리학Ⅱ 과목에 출제 오류가 있었다는 입시업체의 주장도 있었다. 18번 문항에 제시된 그림과 문제의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문항은 S1, S2 구간에서 각각 등속도 운동을 한 물체를 가정하고 이때 S1, S2 구간에서의 역학적 에너지 감소를 묻고 있다. 높이가 h인 지점에서 속력 3v로 출발한 물체가 제시된 그림과 같은 궤도를 따라 운동하다가 속력 2v로 수평면에 도달했다고 돼 있어 물체의 운동 경로에 오류가 있으면 문제의 성립 요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최점호 종로학원학력평가연구소 과학팀 대표강사는 “그림이 문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문제 오류로 판단된다”며 “정답 없음 처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 이색 문항으로는 3교시 영어영역 27번이 꼽힌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유자전거’ 서비스에 대한 문제였다. 공유자전거 이용 포스터를 제시하고 결제나 사용법 등 안내문과 일치하지 않는 법을 고르도록 했다. 카드 결제나 QR코드 스캔, 지정된 장소에 반납 등 실제 공유자전거 서비스 이용법이 문제에 담겼다.

    또한 영어영역에서는 코로나19사태로 교육현장에 자리 잡은 ‘원격수업’과 관련된 지문도 눈길을 끌었다. 폭설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고등학생과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 등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43~45번 관련 지문이다. 지문은 겨울 폭설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고등학생인 펠릭스(Felix)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생기는 일을 그렸다.

    4교시 사회탐구 영역에도 온라인 수업 관련 지문이 나왔다. 온라인 수업 장면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단 댓글 중 옳은 내용을 고르라는 한국지리 3번 문제였다. 한국사에서도 교사가 고려시대 관련 쌍방향 화상 수업을 진행하는 그림을 담은 문항(5번)이 출제됐다.

    하지만 한국사에서는 선지를 쉽게 내 난이도 논란을 부른 문제도 나왔다. 20번으로 나온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다. 지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이었다. 정답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다’고 적힌 5번 선지다.

    그러나 5번을 제외한 나머지 선지 1~4번 는 모두 현대사 관련이 아니라 조선시대와 고려시대 등의 의 일을 제시해 5번 선지가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게다가 해당 문제 배점이 3점이라 논란은 더 커졌다. 3점짜리 문제는 한국사 총 20문제 중 10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교과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아도 맞출 수 있는 난이도와 예시로 구성돼 역사교육 강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타당도와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문항으로는 올바른 역사교육은 커녕 한국사 교육의 파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2021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37번 문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 2021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37번 문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지난 2019년 11월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에서는 인터넷 개인 방송 문제가 나와 눈길을 끌었었다. 사회탐구영역 사회·문화 과목 9번 문항에 인터넷 개인 방송이 언급됐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터넷 방송의 변천과정과 문제점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지문이 의미하는 바와 같은 문화 성격을 고르는 문제였다.

    무엇보다 같은 과목에 출제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관련 문항이 수험생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7번 문항은 영화 기생충에 대해 ‘빈곤층에 속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웃기면서도 슬프게 다뤄 평론가 협회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지문을 제시하며 사회 조직의 성격을 물었다. 해당 문항은 출제 이후 기생충이 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2018년 실시된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불수능’ 논란을 불러일으킨 초고난도 문항이 국어영역에서 출제돼 수험생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만유인력과 중국 천문학을 결합한 31번 문항으로,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인 구를 구성하는 부피 요소들이 질점 피(P)를 당기는 총합’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당해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내년부터는 국어 31번 같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며 “수능 난이도 혼란과 관련해 수험생·학부모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한편 이의신청을 접수한 평가원은 심사를 거쳐 오는 14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성적표는 23일 배부된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