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에 막힌 낯선 환경 탓?…국어 생각보다 어려웠나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2.04 10:54

-당초 분석과 달리 1등급컷 하락
-“첫 교시 처음 접한 환경에 긴장한 듯”
-한국사ㆍ탐구영역은 예년 수준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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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지난 3일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이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다르게 수험생들은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채점 결과 1등급 커트라인 점수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능이 치러지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책상 칸막이 설치 등 강화된 방역조치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3일 오전 국어영역 시험이 끝나고 나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과 입시업체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1등급컷 점수가 2020학년도 수능보다 낮게 집계되며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입시업체들이 집계한 1등급 컷은 87~89점이다. 메가스터디·이투스·유웨이·진학사 등은 국어 1등급 컷을 87점으로 잡았다. 대성학원은 88점, 종로학원하늘교육은 89점으로 분석했다.

    시험이 어려우면 문제를 잘 맞추는 학생이 그만큼 적어져 1등급컷이 낮아진다. 지난해 수능 국어 1등급컷은 91점이었다. 1등급컷이 낮아졌다는 건 지난해보다 올해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느꼈다는 뜻이다.

    지난 3일 국어영역이 끝난 직후 상담교사단은 브리핑을 통해 “국어 난이도는 지난 수능과 6월, 9월 모의고사와 비교했을 때 약간 쉽게 느껴진다”며 “지문 길이가 짧은 편이었고, 수능 국어 영역 난이도를 높인 요인인 독서에서 어려운 개념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입시업체는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난도를 낮췄다는 분석도 내놨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다르게 나온 셈이다. 이는 1교시에 낯선 시험장 환경을 마주한 수험생들의 긴장이 심했고,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부진 영향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문제 자체는 (당초 분석처럼) 무난하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격수업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첫 교시에 생소한 환경을 마주해 긴장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년에 올해 난이도로 출제됐다면 무난하게 풀 수 있었던 문제들이지만, 시험지를 빠르게 넘기기 불편한 시험장 환경과 긴장 때문에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반에는 적응되나 싶다가 눈앞이 하얘졌다고 하더라”며 “칸막이 적응 연습을 했어도 시험장에서는 불편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는 당초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학 가형은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고 나형은 다소 쉬웠다는 게 교사단과 입시업체들의 분석이었다.

    입시업체들이 집계한 올해 수학 가형 1등급 컷은 92점이다. 나형은 88~89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 수학 가형과 나형 1등급컷은 각각 92점, 84점이었다. 나형의 1등급컷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나형이 쉬웠다는 예상이 실제 1등급컷 집계로 증명됐다.

    영어영역은 무난했다. 절대평가로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받는다. 대성학원은 올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을 7.3 %로 전망했다. 지난 수능(7.4%)과 비슷하고,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5.8%를 기록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영어 1등급 비율이 7~8%대로 나오면 당해 시험은 무난했다고 보는 게 입시계의 통설이다.

    탐구영역의 난이도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영역 모두 전반적으로 전년과 비슷했던 가운데 사탐보다는 과탐이 다소 까다로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과탐에 대해 “전반적인 난이도는 2020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이투스는 과탐 선택과목 중 화학Ⅰ·생명과학Ⅰ이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필수로 치러야 하는 한국사는 대체로 전년보다 다소 쉬웠다는 게 입시업체들의 중평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자료와 답지의 길이가 짧았고, 기출 유형을 변형한 문제의 비중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본부는 한국사영역에 대해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며 “고등학교 졸업자가 갖춰야 할 한국사 기본 지식의 이해 정도와 역사적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문항을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