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코로나19로 달라진 초등 친구관계… “관점 달리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20.12.01 09:58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급격한 확산세에… 초등 저학년 매일 등교 어려워
-SNS 통해 온라인으로 친구 사귀며 연락 주고받아

기사 이미지
/조선일보 DB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서울시교육청의 초등 저학년 매일 등교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비수도권 지역의 초등학생들도 등교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앞서 정부는 오늘(1일)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유지하되 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일괄 격상하기로 했다. 올겨울이 최대 고비로 예상되면서 내년에도 전면 등교가 가능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모 숙제가 된 ‘새 친구 만들기’


올해 서울의 한 사립초에 입학한 김재원(가명)군은 1학기부터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들었다. 원격수업을 시작할 때면 김군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친구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외웠다. 김군의 어머니인 박모(40·경기 의정부)씨는 “그동안 쌍방향 수업을 한 덕분에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 얼굴을 미리 익힐 수 있었다”며 “본격적으로 등교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한 얘기를 조금씩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학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10% 내외에 그쳤다. 주로 과제형 또는 콘텐츠형 수업을 했던 대다수 학교의 학생들은 이제야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거리두기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책상마다 칸막이를 놓고 서로 떨어져 앉아 있는 탓에 친해지기도 쉽지 않다. 학교 바깥에서도 친구들을 만나기 어렵다 보니 이들에게 ‘친구’의 의미는 더욱 흐릿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실 안팎에서 학생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심리적 거리도 함께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1 학부모 안모(34·광주)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아이에게 ‘친구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보다는 ‘같은 반 친구들이 아픈 곳 없이 모두 등교했는지’ 등을 주로 묻는다”며 “아이도 부모의 걱정을 알고 ‘친구네 집에서 놀고 싶다’는 얘길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안씨는 “아이는 친구를 단순히 ‘학교에서 만나는 또래’ 정도로만 여기더라”며 “친구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보니 나중에 학교급이 올라가면 친구를 단순히 경쟁상대로만 인식하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자녀의 사회성 결여를 우려하는 몇몇 학부모들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새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자녀가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도록 일부러 학원을 보내는 식이다. 학교 입학 직전 이사나 전학을 했을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9월 교사·학생·학부모·일반시민 1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원격수업 전후로 ‘사교육 참여율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48.3%에 달한다. 초1 학부모 박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니 태권도장에서 만난 동네 친구들과 더욱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부모가 직접 지인들과 자녀 동반 소모임을 만들거나 학교 반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자녀를 위해 예년과 다름 없이 소모임이나 반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글이 눈에 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겐 이 같은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초1 자녀를 둔 차모(35·강원 원주)씨는 “맞벌이 부모에겐 ‘아이 친구 만들어주기’ 숙제가 생긴 것 같다”며 “코로나 시대에도 반 모임을 하는 엄마들과 친분이 없으면 아이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심하게는 아이 친구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부모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아이와 함께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머물렀는데, 등교를 시작하고 나서도 아이가 외톨이로 지내는 걸 보니 미안하다’거나 ‘아이의 친구를 어떻게 찾아줘야 할지 몰라 도움을 구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걱정’보다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등교일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김선호 서울 유석초 교사는 “초등 저학년은 아직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친구를 사귀는 데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부터 설명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가정에서도 자녀의 대인관계능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이야기책을 읽어주면 저학년 아이들은 직관적 사고가 가능해 이를 직접 체험한 것처럼 느낀다”며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만 확보해도 대인관계능력을 기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이미지
/조선일보 DB
◇기존 친구 관계 유지 어려워… “SNS 친구가 더 편해요”

새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건 초등 고학년도 마찬가지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아직 친해지지 못한 같은 반 친구들보다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주로 어울린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바로 ‘관계 유지’다.

서울시 어린이신문 ‘내친구서울’이 초등 고학년생인 어린이기자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집콕 생활을 하며 가장 안 좋은 점으로 ‘친구를 못 만나는 것’(42.6%)을 꼽았다. 주모(초6·서울)양은 “올해는 같은 반 친구들보다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과 제일 가깝게 지냈다”면서도 “코로나로 자주 만나지 못해 친구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등 고학년은 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난다. 오프라인에서 친구와 만나는 기회가 크게 줄었지만, 온라인에서 친구를 사귀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진 것이다.

특히 올해 1학기 등교수업 시작일이 늦춰지면서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들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로 먼저 알고 지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박모(초5·경기)양은 “프로필 사진을 최대한 예쁘게 올려 친구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옷도 더욱 신경 써서 입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SNS로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들보다 가깝게 느끼기도 한다. 자신의 공부 계획이나 공책 필기한 걸 올리는 ‘공스타그램’이 취미인 박모(초5·부산)양은 “SNS를 통해 만난 친구가 학교에서 만난 친구보다 훨씬 익숙하고 친근하다”며 “공스타그램을 통해 서로 일상을 공감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녀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부모의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수연 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유튜브를 보며 자란 Z세대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친구를 사귄다”며 “온라인 친구사귐 자체를 걱정하기보단 온·오프라인 친구사귐을 병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제 나’와 전혀 다른 ‘가상의 나’를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는 온라인에서만 친구를 사귀고 오프라인에서는 전혀 친구가 없는 경우에 자녀의 친구관계를 점검해보라”고 덧붙였다.

다만, 랜덤 채팅 등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을 통해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녀의 디지털 활동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임교수는 “자녀가 디지털 범죄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평소 자녀의 사이버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낯선 사람과 채팅하지 않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하되, 아는 사람에게도 온라인에서 사진과 영상 등을 전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lulu@chosun.com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