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직후 자가격리되면 면접 못 보나” 수험생들 발만 동동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1.30 10:40

-같은 고사실 수험생 확진 시 자가격리·확진 우려
-대학별 고사 응시 허용 기준 대학마다 ‘제각각’
-국민청원에 ‘대책 마련해달라’ 수험생 호소 봇물
-방역 당국 “수능 외 시험, 확진자 응시 불가능”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때문에 자가격리되면 수시 면접 못 보나요? 수능을 봤다가 입시 면접을 못 보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수능 끝나고 치러야 할 수시 면접이 많아요. 대면방식이라 수능 날 확진자라도 만나면 그대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함’을 뜻하는 신조어)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2021학년도 수능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 직후 같은 고사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자가격리나 확진 등으로 면접·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르지 못할까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수험생 위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을 앞두고 이 같은 걱정을 토로하는 수험생들이 늘었다. 수능 직후 자가격리 대상자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없으니, 지원전형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수능을 아예 보러 가지 않겠다는 수험생도 있다.

    강원 지역에서 수능을 치르는 고3 수험생 김모군은 “수능 직후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데, 혹여 같은 고사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3년간 꾸준히 최선을 다한 수시 면접을 볼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며 “입시 외에 많은 요인이 수험생을 더욱 괴롭고 지치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험생들이 이처럼 혼란을 겪는 건 자가격리자와 확진자의 대학별 고사 응시 허용 기준이 대학마다 제각각인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자가격리나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대학별 고사에 이용할 수 있는 권역별 고사장을 설치해 자가격리자 수험생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권고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확진자는 제외됐다.
  •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캡처
    ▲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캡처
    수험생의 호소는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 27일 ‘자가격리자들도 대학교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많은 사람이 대학교 시험을 보기 위한 자격요건인 ‘최저점수’(수능 최저학력기준)를 맞추기 위해 수능을 보는데, 같은 반에 확진자가 생기면 그 사람은 최저점수를 맞춰도 대학교 시험인 적성고사, 논술시험을 볼 자격이 박탈된다”며 “논술·수능·적성전형 등 대학을 가는 방법이 많은 만큼 수능뿐만 아니라 대학 시험도 자가격리자들이 응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올라온 또 다른 청원 글(‘수능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발표해주세요’) 작성자는 대학별 고사의 세부 가이드라인이나 대안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작성자는 “수능을 치르고 나서 최소 이틀 뒤부터 최대 2주 뒤까지 각종 논술, 적성고사가 예정돼 있으나 확진자는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확진자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확진이라는 이유로 응시자격조차 박탈당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소한의 배려로 장소를 마련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방역 당국은 수능이 아닌 다른 시험에서 확진자에게 시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능을 제외한 다른 시험에서 확진자에게 시험 기회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능 이후 논술시험 등에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판단해 대학별로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험장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대학별 고사가 집중적으로 실시되는 내달 1일부터 22일까지 ‘대학별 평가 집중 관리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의 회의 자리에서 “대학별 고사에서 학생들의 면접 평가는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