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이적의 그림자…수강료 인상에 강사 간 경쟁까지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1.10 15:27

-익숙한 강사 이적 따라 수험생들은 다시 패스 구입
-기존 강사와 ‘마케팅’ 밀어주기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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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사교육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 강사들의 이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이적은 대우에 따라 직장을 옮기는 회사원들의 ‘이직’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수험생들의 혼란과 수강료 상승이 맞물리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또한 기존 강사와의 마케팅 ‘몰아주기’ 신경전 등 이면에는 여러 부작용이 관측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험생의 이목을 끈 이적 중에는 이지영 강사의 사례가 눈에 띈다. 스카이에듀에서 사회탐구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지난해 12월 스카이에듀에서 이투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고, 이 강사는 이적과 함께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이적 조건에 개인 유튜브 개설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여름에는 공무원 시험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 강사가 이적했다. 지난 7월 전 강사는 에스티유니타스의 공무원 시험 브랜드 공단기에서 메가스터디(메가공무원)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가장 최근 화제가 됐던 것은 이투스의 과학탐구 영역 강사 3명의 메가스터디 이적이다. 오지훈(지구과학), 백호(생명과학), 배기범(물리) 등 이투스에서 과학탐구 영역을 이끌던 스타 강사 3명이 동시에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이적 루머는 앞서 지난 9월부터 흘러나왔다. 이들은 수능 전후로 예정됐던 계약기간 만료와 맞물려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스타 강사들의 이적은 활발히 이뤄지지만, 수험생 입장에서 꼭 좋은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강사의 강의가 폐강되거나, 이미 익숙한 강사의 강의를 계속 듣기 위해 다른 업체 수강권을 다시 사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전한길 강사의 메가스터디 이적 당시 공단기에는 해당 강의 환불 요청이 빗발쳤다. 공단기 측은 2026년까지 전 강사의 강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사태가 봉합됐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이적과 동시에 강의가 지워지는 경우가 있어 패키지 패스권을 산 수험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강사가 이적한 업체의 패스권을 또 사기도 한다.

    스타 강사의 이적이 패스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인강 업체 관계자는 “스타 강사를 영입한 업체의 경우 패스권 가격이 상승할 수가 있다"며 "가격 변동을 보면 강사의 몸값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경쟁이 붙어 패스권 가격은 크게 올라가지 않는 추세지만, 혹여 전년보다 대폭 인상되는 업체의 경우 스타 강사가 영입된 시기와 맞물린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스타 강사가 영입되면 기존 강사들과의 관계 설정도 업체 입장에서는 골치다. 또 다른 인강 업체 관계자는 “일단 스타 강사를 영입하면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상승하지만 마케팅 비용과 향후 재계약을 고려해볼 때 바람직한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강 업체들은 이미 스타 강사였던 이들을 이적시키거나, 대치동 또는 목동 등지에서 인기 있는 강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강사를 충원한다. 자리를 옮긴 강사 입장에서는 새 보금자리에 적응하기 위해 홈페이지 메인 배너나 메일링 홍보 등을 적극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기존 강사들은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본래 메인 배너는 자신의 차지였는데 이 자리에서 밀려나자 불만을 갖게 되고, 이에 업체는 슬라이드 방식으로 배너를 띄우거나 정에 호소하는 등 ‘인간적’ 방법으로 달래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타 강사의 이적은 업체의 재정 건전성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스타 강사들의 계약금은 수십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은 현금으로 계약과 동시에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현금 동원성이 떨어지는 업체는 강사를 뺏기는가 하면, 반대로 스타 강사를 영입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결국 현금 동원력이 강한 회사가 모든 스타 강사를 싹쓸이하는 독점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과도한 스타 강사 영입 경쟁보다는 오프라인 강의 현장에서 옥석을 발굴해 내는 것도 (스타 강사 이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