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의 역설?…잇단 확진자 발생에 ‘방역 강화’ 나서는 학원들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1.04 14:22

-학원총연합회 “더는 확진 안 돼, 방역수칙 절대 준수”
-강사ㆍ직원들도 교육부 ‘자가진단’ 앱 사용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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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한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학원들은 혹여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수의 확진자가 학원에서 발생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방역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게 학원가의 분위기다. 학생과 교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앱을 학원 강사들도 사용하도록 정부와 협의하는 한편, 수강생 등원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4일 한국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는 2021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방역 조치 강화에 나섰다. 회원 학원들이 강사와 직원의 건강상태를 교육부 자가진단앱을 통해 상시 체크하도록 하고, 입시학원의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하는 등 엄격한 방역수칙을 이행토록 권고했다.

    특히 앞서 연합회는 일선 학원에 방역강화 협조를 요청했었다. 서울 강남의 어학원과 입시학원, 경기 부천의 발레학원, 안양의 성악학원 등 학원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서다.

    연합회는 학원발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지난 10월말 공지를 통해 “정부에서도 아직까지 별도의 조치는 내리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입장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특히 이번 학원 내 확진자 발생의 경우 정부는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진행했던 점을 문제삼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각 학원에서는 더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핵심방역수칙 절대 준수 및 예방 관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나오기 전 나온 공지로, 혹여 더 강한 제재가 나오진 않을까 우려하는 게 학원가의 분위기였다. 학원들은 잇단 집단감염 발생을 계기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다른 시설들과 비교해 볼 때 학원 수강생들의 감염 비율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수능에 차질이 없도록 현재 각 학원이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원들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가진단 앱 사용이다. 교육부는 현재 학생과 교직원만 사용이 가능했던 자가진단 앱을 학원 강사와 직원도 쓸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는 학원 강사ㆍ직원들도 해당 앱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학원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일어나자 자가진단 앱 사용을 권고했고, 잇단 감염 발생으로 가시방석에 놓인 학원들도 필요성에 동의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일 바뀐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공개하며 고·중·저위험 등 3층 구조였던 시설 분류를 2층 구조로 단순화했다.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판매홍보관, 식당·카페는 ‘중점관리시설’로 지정된 반면, 교습소를 포함한 학원,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는 한 단계 낮은 ‘일반관리시설’로 지정됐다. 300인 이상 대형학원도 기존에는 고위험시설로 분류됐었지만 이번 개편에서 일반관리시설로 정해졌다.

    하지만 감염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 교육부의 유·초·중·고 학생 확진자 현황을 보면, 순차적 등교수업이 시작된 5월 20일 이후 학생 확진자는 4일 0시 기준 755명이다.

    또한 지난 3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격리나 등교 전 자가진단 시 이상 증상 확인, 등교 후 의심증상 발현 등으로 3만1142명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전일보다 3888명 늘어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증상 발현 전 학원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난 이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 학원과 교습소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만 제한하기로 한 것은 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전국적 확산 본격화 단계인 만큼 학원들은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단계에서도 정상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받는 학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원 회장은 “학원들은 미리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경각심을 갖고 학생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