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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셜미디어 계정을 사고파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단돈 2천 원에 거래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실제 동네에서 힘깨나 쓴다는 동네 형들이 아이들에게 접근하여 소셜미디어 계정을 2~3천 원에 사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뭣 때문에 개인정보를 사들이는지 알아봤더니 이유는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때문이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 뒤에 막돼먹은 범죄자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를 노리는 범죄에는 항상 ‘동네 형’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사례도 예외는 아니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를 홍보하고 도박할 사람을 모집하는 일명 ‘총판’을 꾸리고 있는데, 주로 10~20대로 구성된 이 총판은 동네 아이들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헐값에 사들입니다. 그렇게 사들인 개인정보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게임, 웹툰, 커뮤니티 등 소위 인기 좀 있다는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용으로 사용됩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의 개인정보로 회원가입을 해서 불법 도박 사이트 주소를 퍼뜨리는 데 쓰고 있는 셈이죠. 그러다 불법 활동이 발각되어 계정이 차단되면 다시 다른 아이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똑같은 방식으로 불법 홍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집요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지요.
대한민국 대표 메신저인 ‘카톡’이 10대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국내 메신저 대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더 선호하죠. 특히, 미국에서 성장해 국내에 들어온 중국발 소셜미디어 ‘틱톡’은 몇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틱톡을 통해 친구와 대화하고, 댄스와 노래, 재미있는 영상들을 짤막하게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긴다고 합니다. 그만큼 틱톡은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체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송희경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10대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틱톡이 중국의 간첩방지법에 따라 동의 없이 심 카드, 아이피 주소 기반 위치정보 등을 다 가져가고 있다”라고 지적했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틱톡’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대해 과징금 1억 8천만 원과 과태료 6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들여다보니, 틱톡은 만 14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담아 소비자에게 고지했지만, 가입단계에서 생일을 직접 입력하게 하거나 만 14세 이상 항목에 ‘체크’만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아동의 법정대리인 동의도 받지 않았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틱톡이 “위법하게 수집한 정보는 6천 건이 넘는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미국에서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13세가 안 된 아동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2천억 원이 넘는 거액의 벌금을 맞기도 했습니다. 아동의 개인정보를 부모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수집해 1억 7천만 달러(약 205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죠.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부모 승낙 없이 13세 미만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들을 표적으로 삼은 활동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미국의 판결에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등장하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국내외 모든 콘텐츠에 대해 부모 동의에 대한 의무사항을 강조하는 법을 개정했습니다. 특히 만 14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님은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내용을 눈여겨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동의 없이 자녀의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법정 대리인이 동의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묻도록 했는데요. 아이가 즐기는 콘텐츠를 부모가 모를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첫째, 부모가 동의했다는 사실을 부모의 휴대폰으로 전송합니다. 둘째, 부모가 콘텐츠를 동의하는 방식은 부모의 카드 정보, 휴대폰 본인인증, 서명날인, 이메일, 통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부모를 가장해 다른 사람이 부모인 척 속이는 일이 없도록 부모의 동의를 강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즐기는 게임과 커뮤니티 사이트 등 콘텐츠를 부모가 허락하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부모는 이제 아이가 하는 콘텐츠를 메모하고 혹시나 의심되는 콘텐츠가 있으면 확인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결국, 부모의 책임이 커졌습니다. 새로 시행된 법률은 부모의 관심과 관리를 전제로 합니다. 이제는 부모가 아이의 콘텐츠 목록을 작성해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아이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출입하는 인터넷 공간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책임기관에서 법률을 개정해 부모가 정보 수집에 대한 안내를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할 만큼 앞으로 부모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가 콘텐츠를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앱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들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젠리(Zenly)’라는 앱입니다. 젠리(Zenly)는 아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실시간 위치정보공유 앱입니다. 젠리를 통해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위치를 친구들과 공유합니다. ‘친구’를 맺으면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볼 수 있죠. 특히, 코로나를 맞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면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젠리를 통해 채우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는 물론 자신의 위치정보마저 노출하는 것을 즐깁니다.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죠. 그러면서 메신저로 대화하는 건 마치 만나지는 않았지만 만난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신중한 ‘친구 맺기’를 하지 않으면, 왕따나 성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높습니다. 아이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는 앱이 생겼으니 아이를 붙잡고 강제로 위치를 노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범죄자들이 아이들과 친구를 맺으면 손쉽게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걱정입니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부품으로 조립되고 공간을 잃은 아이들이 인터넷 공간으로 이주하면서 개인정보는 이제 단순한 정보가 아닌 ‘신분’이자 ‘재산’이 되었습니다. 한때, 어른들이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휴대폰을 담보로 돈을 빌렸듯이 앞으로는 계정을 담보로 돈을 빌릴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이버도박을 하고, 태연하게 중고거래시장에서 사기를 치며 심지어 초등학생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고의로 차량을 만지고 돈을 받아내는 수법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아이들이 개인정보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상상력도 터무니없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수집은 모르는 사람에게 내 신분증을 맡겨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아이와 부모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자녀의 개인정보에 대해 큰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