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급’ 해소 주장 봇물…“방역ㆍ교육 고려해 학급당 16명 이하로”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0.22 14:47

-20명 이하로 축소하는 데는 5년간 소요 예산 13조원 추계
-“교육예산 나눠 투입하면 실현 가능, 정부 중장기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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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당 학생 수가 과도한 ‘과밀학급’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실 내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커졌고, 교육의 집중도 측면에서도 과밀학급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밀학급 해소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 추진 요구가 나온다.

    22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교육통계 서비스 분석 결과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초중고 과밀 학급 비율은 약 9.9%로 나타났다. 일반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급수의 약 15.9%인 6300개 학급으로 집계됐다. 중학교는 전체 학급 수의 약 19.5%인 1만59개 학급의 학생 수가 30명 이상이었고, 초등학교의 경우는 약 4%인 4952개 학급의 학생 수가 30명을 넘었다.

    강민정 의원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현직 교장·교사들과 함께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교실이 가로세로 8m X 9m 사이즈인 것을 토대로 학급당 학생 수를 16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16명일 경우에는 학생 간 거리가 2m 정도 나오지만, 교실 내 학생 수가 25명일 경우 좌우거리 1.4m, 앞뒤거리 1.25m 정도가 나온다. 교실 내 학생 수가 36명일 경우에는 앞뒤·좌우거리가 1m 정도에 그친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16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하면 수업 집중도가 높아져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원격 수업 시에도 학생 간 또는 학생-교사 간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봤다.

    실제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국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 평균은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1명, 23.3명보다 각각 2.0명, 3.4명 많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시대에 학급당 적절한 학생 수에 대한 기준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조금 못 미치지만 몇 년 뒤 학생 수 자연감소로 기준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에 맞는 방역기준을 적용해 과감하게 20명 이하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22일 교육부에 2020년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감축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교원 증원 등을 주요 교섭과제로 제시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교실 내 밀집도 개선, 수업의 효과성 제고 등 포스트 코로나 교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밀학급을 적극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입법으로 풀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교육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은 20명 이하로 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 의원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학습 여건, 방역에서 불이익을 받을 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의 상황에서는 등교 일수로까지 연결돼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데는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는다.강민정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실시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수 증가 시 재정소요 추계’에 따르면 학생 수 자연감소분을 고려하더라도 초등학교 7275개, 중학교 1만7881개, 고등학교 7711개 등 총 3만2867개의 학급을 늘려야만 2025년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2024년 교실 증축비 5조9091억원,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담임교사 신규 채용 등에 드는 인건비 7조8202억원을 합쳐 총 13조729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

    교육부의 1년 예산은 77조원 가량이다. 올해 본예산은 77조3871억원 규모다. 이 같은 예산 규모에 비춰볼 때 5년으로 나눠 예산을 집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 재정이 연간 77조원 수준인 것으로 비춰볼 때, 연간 2조여원 가량으로 나눠 5년간 순차적으로 집행하면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실현 방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