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낮아진 대학가 원룸 월세…학생들은 “40만원 미만이 적정”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0.21 11:16

-원격 수업 영향으로 대학가 원룸 시세 하락세
-다른 이에게 양도하는 사례도…”월세 거품 빠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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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행된 원격수업의 영향으로 대학가 원룸 월세가 하락하고 있다. 연세대와 홍익대, 서울대 인근 등 대표적인 대학가 원룸 월세가 사태 이전인 1월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등교할 필요성이 줄어들며 자취방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2학기를 맞아 대면 강의가 확대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대학가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예상보다 학생들의 수요가 없는 탓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학생들은 40만원 미만이 적정한 원룸 월세 시세인 것으로 바라봤다.

    2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9월 원룸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47만원 이었다. 다방은 자체 산식을 적용해 원룸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환산해 월세 규모를 산출했다.

    대학가 원룸 시세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가운데 연세대(46만원) 인근의 9월 평균 월세는 전월 대비 1만원 하락했다. 서울대(37만원) 인근과 숙명여대(46만원) 인근, 건국대(45만원)과 홍익대(47만원)의 인근의 원룸 월세도 전월보다 1만원 내려갔다. 반면 서울교육대학교(56만원) 인근은 전월 대비 4만원 올랐다. 이에 다방 관계자는 “서울교대 학교 자체보다는 학교가 위치한 서초동의 시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강남 지역 원룸 시세 상승세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로 시계를 돌려보면 월세 하락세는 더 명확히 드러난다. 1월 연세대 인근 원룸 월세 평균은 50만원이었다. 9월과 비교하면 4만원 더 비쌌다. 서울대(40만원), 숙명여대(47만원), 건국대(49만원), 홍익대(51만원) 인근도 9월보다 1~4 만원 비쌌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다수 대학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굳이 학교에 등교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은 1학기 자취방 구하기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되려 이전부터 원룸에 살고 있던 학생들도 이를 다른 이에게 단기로 양도하는 등 대학생들의 원룸 수요는 위축됐다. 홍익대 인근의 한 원룸 건물주는 “계속 살던 학생이 아는 회사원에게 단기로 방을 빌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왔다”며 “학교를 잘 안 가 반드시 자취할 필요가 없어 월세가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학기 개강 시즌인 9월을 맞아 대학가 원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수요가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자 우려하는 모습이다. 연세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1학기에도 거래가 없어 힘들었는데 기대했던 9월에도 대학생들의 문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2학기에는 다수의 대학들이 대면 수업으로 다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이달초까지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대학들은 1학기와 마찬가지로 원격수업을 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던 원룸 수요는 제자리걸음이었고, 공실을 우려한 건물주들이 9월 원룸 월세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방이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취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대학생 1286명은 그 이유로 ‘온라인 개강(원격수업) 확대로 인해’(32.1%)를 꼽은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26.4%였다.

    또한 대학생들은 40만원 미만을 적정한 원룸 월세로 보고 있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신축 풀옵션 원룸을 기준으로 적정 월세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대학생 절반이 30만원 이상~40만원 미만(49.4%)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어 ▲30만원 미만(26.4%) ▲40만원 이상~50만원 미만(18.5%) ▲50만원 이상~60만원 미만(4.8%) 순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예전부터 원룸 월세에는 거품이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학생 입장에서 주거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적정한 시세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