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 신입생 10명 중 7명 수도권 출신… “지역 영재교육 붕괴”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9.29 10:13

-2년 연속 다수 차지… 지역 영재 육성 취지 무색
-‘사교육 밀집’ 수도권 상위 10개 시구 출신 43.6%
-교육부, 개선방안 내놓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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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2020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 신입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경기 지역 출신 신입생 10명 중 7명(6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신입생 수도권 출신 비율 역시 70.1%로 다수를 차지했다. 당초 지역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영재학교를 세웠지만, 각 학교가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영재학교 입학현황 분석자료를 내고 “2020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 신입생 총 828명 중 서울과 경기 지역 중학교 출신 신입생은 56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체 영재학교 신입생의 출신 지역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 38.9% ▲경기 29.6% ▲대전 6.8% ▲광주 5.4% ▲부산 4.1% ▲인천 3.9% 순이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의 영재학교(서울과학고·경기과학고 제외)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81.8% ▲대전과학고 66.7%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 66.1%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64.8% ▲대구과학고 45.8% 등이다. 사걱세는 “이들 5개교는 해당 지역 출신보다 서울·경기 출신이 많다”며 “지역의 영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영재학교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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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더욱이 전국 영재학교 신입생의 출신 중학교가 있는 시구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상위 10개 시구의 입학생이 전체 입학생의 43.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구는 서울 강남구·양천구·노원구·서초구·송파구, 경기 성남시·고양시·용인시·안양시·수원시 등이다. 사걱세는 “이들 10개 시구는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이라며 “전국 영재학교 합격자 중 다수가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나오고 있는 건 입학전형에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영재학교 입시체제의 사교육 유발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2019 희망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재학교를 희망하는 중3 학생 62.5%가 월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썼다.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영재학교 입시체제로 인한 사교육과 교육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발표된 대책은 없다. 사걱세는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은 물론 전국 영재학교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재학교는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전국에 8곳이 있다. 한 학교당 모집인원은 70~130명 수준이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