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코로나로 추석 ‘특강’ 열기 잠잠…침체된 대치동 학원가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9.25 16:25

-감염 우려에 연휴 특강 수요 줄어
-고시원·원룸 단기 임대 문의도 ‘뚝’

  • 대치동 학원가는 예년 같았으면 추석 특강 준비로 분주할 시기다. 하지만 올해의 대치동에서 예년과 같은 활기는 찾기 어려웠다. /이진호 기자
    ▲ 대치동 학원가는 예년 같았으면 추석 특강 준비로 분주할 시기다. 하지만 올해의 대치동에서 예년과 같은 활기는 찾기 어려웠다. /이진호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예년 같으면 학생들로 한창 북적거릴 시기지만 올해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연휴 특강이 개설되지 않는 등 대치동에서는 예전과 같은 열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치동 사람들은 이어지는 침체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수인분당선 한티역 사이 지역에는 그 유명한 ‘대치동 학원가’가 있다. 예년 추석 연휴를 앞둔 이 시기는 학원 원장과 학생 모두에게 ‘대목’으로 꼽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 달가량 앞둔 때라 ‘추석 연휴 파이널’, ‘집중 특강 수강생 모집’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학원 외벽에 붙는가 하면, 식당과 편의점 등 상점들도 학원을 찾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같은 대치동 풍경도 바꿔놓은 듯했다. 대치동의 A 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학원 문도 제대로 열 수 없어 따로 추석 특강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집합금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라 신청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학원은 300인 이상 대형학원이라 현재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300인 이상 대형학원은 오는 27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A학원의 사례처럼 27일 이후 집합금지가 풀릴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대치동 대형학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학원 문을 언제 열지 모르니 예년같이 특강을 개설하고 홍보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다른 B대형학원 관계자는 “지금 학부모들은 학원에 학생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면서 “집합금지가 끝날 것을 대비해 특강 계획표는 세워놨지만, 실제 학생들을 모집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인지 연휴에 특강을 개설해달라는 요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집합금지가 아닌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진 중소형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0인 이하 중소형 학원은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과외식으로 운영하는 소수정예 학원의 C원장은 “추석 특강 수강생을 모집하고는 있지만 예전보다 문의가 절반 이하로 뚝 줄어들었다”면서 “코로나 감염을 걱정해 아예 정규수업도 안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대형학원에 다닌다는 고3 성모군은 “작은 학원에서 하는 추석 특강을 들을까 생각해봤지만 좀 불안한 생각이 든다”며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군은 학원에 못 가는 대신 ‘스터디 카페’에 자습을 하러 간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진호 기자
    ▲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진호 기자

    수험생들이 본격적으로 하교하는 4시쯤이 되자 대치동은 다소 활기를 띠었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학생 여럿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가 하면, 2G 휴대전화를 든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평소 대치동의 ‘명성’에 비하면 최근 분위기는 전례없이 침체된 수준이라는 게 이 동네 토박이들의 전언이다.  

    학원 전문이라는 간판을 붙여놓은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추석 특강 때문에 고시원 단기 임대 문의가 많이 들어왔을 텐데 올해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하리만치 문의가 한 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치동 학원가 뒤편의 도곡초등학교 인근 원룸이나 고시원은 본래 이 시기면 특강을 듣기 위해 방을 단기로 임대하는 학생들로 가득 들어찼었다. 올해는 단기 임대 거래는 물론 문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후 6시쯤 학원가 거리에 있는 한 분식집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출출함을 달래려는 학생들로 북적일 시간이다. 하지만 테이블 15개가 놓인 식당에는 기자를 제외한 손님은 한 명뿐이었다. 분식집 업주는 “애들(수험생들)이 싹 빠지니 재료도 절반만 들여놓고 있다”며 “애들 공부도 못하고 코로나 때문에 모두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