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원격수업에 사교육 참여↑… 유·초1~2 우선 등교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9.24 11:09

-교사·학생·학부모 63%, 2학기 원격수업 ‘불만족’
-원격수업 전후 사교육 참여 ‘늘었다’ 48.3% 달해
-“고3 불리”…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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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교사와 학부모 연대단체가 2학기에도 ‘내실 있는 원격수업’을 찾아보기 어려워 사교육 참여가 늘고 있다며, 교육당국에 실질적인 보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돌봄·학습공백을 겪고 있는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을 우선으로 등교하도록 하는 ‘책임등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사노동조합연맹·사교육걱정없는세상·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좋은교사운동·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24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코로나19로 교육 현장이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5대 핵심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월 학교 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된 이후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교육격차 심화 우려와 원격수업 질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교육당국은 보완대책을 잇달아 발표해왔지만, 1학기에 비해 진전없는 2학기 학교교육에 대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교사·학생·학부모·일반시민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2학기 원격수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응답자 63%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사교육 참여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격수업에 의한 사교육 필요성’에 대해선 10명 중 8명(79.1%)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학부모 33%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원격수업 전후 사교육 참여율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48.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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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5대 핵심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책임등교’를 실시하고,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를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학습공백의 문제는 저학년일수록 치명적인 탓이다.

    이들은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은 스스로 원격학습이 어려워 보호자가 아이 곁에 상주하지 못하면 원격수업 기간 내내 아이 홀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이때 발생한 학습공백이 누적되면 기초학습 부진으로 이어져 이를 만회하기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득구 의원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교사·관리자·학생·학부모 7178명에게 ‘등교일수 감축으로 인한 돌봄문제의 심각도 인식’을 4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모든 집단에서 높은 점수(2.97~3.07점)가 나타났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격차 심화 여부에 대해서도 학부모(3.14점)와 교사(3.1점)의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을 먼저 등교시키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가정의 돌봄과 기초학습부진 위기에 당면한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최우선 등교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교 밀집도 기준의 예외로 인정해 방역 강화를 전제로 인원을 분산해 등교수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발생한 초등 1·2학년의 학습결손을 보완하기 위해 초등임용고사에 합격한 발령 대기자를 10월 중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로 초등학교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을 고려해 초등 1·2학년 학급 편성 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를 기준으로 담임교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고3이 치르는 대학 입시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 졸업생의 수능 응시율(27%)이 1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 재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전형계획을 변경해 뒤따를 혼란을 우려해 기존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입시 사교육은 더욱 확대되고 고교 교육현장은 무력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로 발생하는 정시 이월인원을 감안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유지할 경우 고3 재학생이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서울 주요대학 15곳 중 수능을 반영하는 전형은 올해 전체 모집인원의 54%, 내년에는 67%에 이른다”며 “여기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에 따른 정시이월인원을 합하면 앞으로 수능의 영향력은 70%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고교 현장에 수능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재난 시 교육과정’ 보급을 통한 학생 소통형 수업과 교사 피드백 강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학생에 대한 ‘돌봄 지원과 정서 안전망 구축’ ▲학교 정규교육 시간부터 등원시키는 ‘텐투텐(오전 10시~오후 10시) 사교육’ 영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보완대책으로 제시됐다.

    lul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