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기술은 금융으로 완성된다
기사입력 2020.09.17 09:38
  • 필자는 학부 때 금융학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통계학 석사를 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갔지만, 학문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공부한 분야는 바로 ‘금융(finance)’이다. 예일대에서 MBA 과정까지 했으니 20대의 절반 이상을 금융학 공부하는데 쓴 셈이다.

    그래서일까? 상당히 많은 학부모들께서 금융학 전공의 장점에 대해서 묻곤 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아이가 한 분야에서 (예. 컴퓨터공학, 예술, 바이오 관련 분야 등) 압도적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면 그 쪽을 밀어주는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금융학 전공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직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더 많은 옵션을 확보하고 싶은데 숫자 감각이 뛰어나다면 공부해서 손해 볼게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은 수천년 인류 역사에서 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금융이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 병원 원무과에서 가서 결제를 하고, 죽을 때는 화장장에 가서 결제를 한다. 태어난 시점부터 인생을 마무리 하는 시점까지 금융과 관련이 없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 사업에 필요한 돈을 보태고 있고, 대기업들은 주식 시장에서 회사의 지분을 팔아 자본금을 확보한다. 글로벌 기업도 예외는 없다.

    상품과 서비스에는 시대별 흐름이 있다. 하지만 금융은 다르다. 변화무쌍한 트렌드 속에서도 금융의 가치는 불변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40년만 살펴보면 우리는 PC의 시대를 거쳐 인터넷 시대로 넘어왔고, 인터넷 시대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시대로 진화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1970~80년대는 하드웨어(Hardware)가 강세를 보였고 1990~2000년대에는 소프트웨어(Software)가 주도권을 잡았다. 2010년대부터는 모바일 플랫폼이 강세를 보였고 결국 글로벌 시가 총액 Top 10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테슬라와 같은 IT 공룡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6개 회사 모두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이라는 모험 자본을 통해 성장을 했다라는 점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1호 상장 요건’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진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핀테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토스’ 역시 VC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회사 중 하나인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사업초기 한국투자파트너스와 같은 벤처캐피탈 자본을 통해 성장의 기틀을 구축했다. 

    창업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멋진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이를 완성시킨 것은 결국 금융(finance)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대량 생산 혁명에 성공한 포드 자동차도, 스마트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도 시작과 끝은 ‘금융’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기술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금융이라는 것이 그만큼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50년·100년 후에도 다를 바가 없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금융학의 중요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에도 예외는 없고, 더 나아가 ‘우주시대(new space)’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금융이 곧 우리고, 우리가 곧 금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