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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배지(badge)를 아시나요? 얼마 전 일본에서 출시된 상품인데 동그란 배지에 ‘천식마크(ぜんそくマーク)’라 쓰고 그 뒤에 ‘옮기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 하는데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니 코로나 시대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유명해지고 싶은 한 젊은 유튜버가 지하철에서 코로나 환자 행세를 하며 소란을 피우다가 붙잡혀서 처벌받은 적이 있으니 이웃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쨌든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기침을 심하게 하면 다들 놀라서 쳐다보거나 피하게 마련인데 수시로 기침을 하는 천식 환자는 그런 오해를 받기 쉽다. 그래서 오늘은 천식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한의학에서는 폐 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찬 기운이나 노폐물, 염증, 기관지 경련 등으로 기관지가 수축하면서 천식이라는 병이 생긴다고 본다. 기관지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 미세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수축해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기침, 가슴의 답답함,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폐 기능이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알레르기, 스트레스, 가족력, 면역 기능 약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천식이라는 병을 만든다. 천식에 걸렸을 때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날 때만 병원에 가거나 마구 담배를 피워대고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거나 실내 환경이 엉망이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천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천식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천식은 크게 실천(實喘)과 허천(虛喘)으로 구분하는데 실천은 폐가 나쁜 기운, 즉 감기나 가래에 자극받아 기도가 좁아져서 발생한다. 가을과 겨울에 증상이 심한 편이고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 증세가 있으며 가래와 침이 걸쭉하다. 허천은 폐가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신장이 허한 경우에 생긴다. 주로 봄과 여름에 심하고 호흡이 가쁘지만, 숨소리가 크지 않으며 가래나 침도 맑은 편이다.
감기로 인해 천식이 생기면 오한, 미열 등의 증세가 있고, 가래로 인한 천식은 가슴 답답함, 가슴 통증, 발열, 기침 등의 증세가 있으며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은 숨이 가쁘고 기운이 달리며 식은땀이 난다. 이외에도 천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운동을 들 수 있다. 운동 그 자체로 인해 천식이 발병한다기보다 운동을 심하게 할 경우 발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운동은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이로 인해 수분이 다량 없어지면서 기도가 수축하여 천식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천식 환자는 찬 공기를 마시며 하는 아침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오존이나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으로 인해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이나 강한 향수 냄새도 천식 발작을 유발한다. 셋째, 천식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하면 증세가 악화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넷째, 술을 마시면 혈관 운동에 변화가 오면서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천식의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렸나?’ 생각하고 감기약을 먹는다. 그러나 천식이 발병한 상태에서 감기약을 먹을 경우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흔히 감기를 방치하면 천식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 감기로 인해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또 천식 환자가 감기에 잘 걸리기는 하지만 감기가 천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환경적인 요인 중에 감기가 속할 뿐이다.
천식은 말을 잘 듣는 어린아이와 같다. 관심을 가지고 예뻐해 주고 사랑을 주면 얌전해지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내버려 두면 제멋대로 행동하고 반항하는 악동으로 돌변한다. 잠시 증상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기도의 염증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방심하지 말고 치료를 계속한다. 천식의 예방과 치료에도 역시 폐 기능 강화가 최선이다. 생명의 근원이 바로 폐이기 때문에 폐 기능을 최상으로 올리면 그 폐의 부하인 우리 몸의 방위 사령부 편도가 최상의 자기 역할을 다 하게 되고, 내 몸을 내가 고쳐 천식은 물론 그 어떤 질병도 이겨낼 수 있다.
[서효석의 건강칼럼]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는 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