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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학교 보건의 중요성을 한층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서 확산을 막아냈고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해요. 이후에도 학교에서 보건 업무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을 확충해야 합니다.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가진단으로 ‘가정 방역’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30년이 넘게 보건교사 생활을 해온 강류교 서울보건교사회 회장(53·성수초 보건교사)의 말이다. 1989년 보건교사 생활을 시작해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 많은 감염병 사태를 봤던 그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백신도 없는데다가 전파력이 높은 병.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이보다 더 무서운 ‘호환마마’가 없다.
그는 그래도 1학기 학교 현장이 초반의 혼란을 극복하고 코로나19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봤다. 실제 1학기에는 학교 외부에서 감염된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있긴 했지만, 우려했던 학교에서의 집단감염 사태는 나오지 않았다.
강 회장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사와 직원, 학생이 모여 일종의 시스템화를 이룬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방역수칙을 지도하고, 방역 물품 구매 등 행정 자원, 학생들은 교직원들의 지도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등 일종의 ‘시스템’이 돌아가듯 감염 예방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사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와 풀어야 할 숙제를 모두 언급했다. 코로나19가 학교 현장에 가져온 좋은 효과는 ‘보건’의 중요성을 그 어떤 감염병 사태 때보다 강하게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건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전체 학교 1만1900개교에 보건교사 1만224명(85.6%)이 배치돼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에 간호사나 퇴직 보건교사 등 추가로 배치한 보건인력은 991명이다. 얼핏 보면 대부분의 학교에 인력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강 회장은 “학생 수 1000명이 넘는 대형 학교나 300명이 되지 않는 소형 학교 모두 (배치된 학교 보건교사는) 1명인 곳이 대부분”이라며 “학교 규모에 맞춰 보건교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생 수가 많든 적든 보건교사가 1명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이후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감염병 사태가 터졌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학교의 경우 최소 2명 이상의 보건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름방학은 ‘가정 방역’…자가진단 게을리 말아야
다음 달부터는 대다수의 학교가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거리두기나 체온 측정 등 코로나19 예방 노력이 생활화됐지만, 당분간 학생들은 ‘울타리’ 밖에 놓이게 된다.
그는 “방학 때는 가정 방역 체제가 돼야 한다”며 “가족 중 발열이나 기침 등 의심증상이 있는지, 확진자가 발생한 곳에 방문하지는 않았는지 매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본인이나 가족을 불문하고,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자 발생 장소에 방문한 이력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학교로 알려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조언이다. 방학이라 하더라도 상황이 즉시 파악돼야 혹시 모를 학교나 학원에서의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어서다.
방학이 끝나고 오는 2학기에도 코로나19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는 이른바 2차전으로 돌입하는 셈이다. 그는 “학교에서 지켰던 방역 수칙을 방학 중에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같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꾸준히 준수해야 한다. 그래야 2학기 학교에 다시 돌아왔을 때도 (방역수칙이 생활화돼) 적응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과 교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수업 중 ‘페이스 쉴드’를 쓰는 것도 2학기 때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학기에 일부 교사들은 답답함 또는 의사 전달의 불편함을 이유로 마스크 대신 투명한 가림막 형태의 페이스 쉴드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2미터 이상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최소한 덴탈 마스크라도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등교’, ‘발열’, ‘학부모’ 같은 단어가 나오는 걸 보니 코로나19 와 관련된 연락인 듯했다. 이번 학기 내내 접했던 상황일 테다. 그는 지난 1학기를 언급할 때는 이런 노력이 떠오른 듯 짧은 탄식을 내쉬었고, 반대로 학생들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너무 잘 지켜줬다”며 밝게 웃음 지었다.
“코로나가 학교 ‘보건’ 중요성 다시 확인시켜…방학은 ‘가정 방역’으로”
-[인터뷰] 강류교 서울보건교사회 회장
-방학 중 가정에서 ‘자가 진단’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