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수돗물 유충 발견에 어린이집·유치원도 ‘비상’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7.21 10:42

-인천 이어 서울·경기 등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
-교육기관, 불순물 걸러주는 필터 설치 등 대응 나서

  • 인천에 이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은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수기 대신 생수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마실 물을 제공하고 수도꼭지에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터를 설치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늘고 있다.

    인천 중구의 공항꿈나무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공항꿈나무제1어린이집과 2어린이집은 15일께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9일 인천 서구에서 처음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된 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 김현옥 공항꿈나무제1어린이집 원장은 “서구 외에 다른 지역으로도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비 차원에서 조리실과 화장실, 샤워실의 수전(수돗물을 나오게 하는 장치)을 전부 필터 기능을 갖춘 것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도록 관련 내용도 따로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천시교육청은 서구 일대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급식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관내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반드시 가열 조리하고 급식실 필터를 재차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학부모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자녀를 목욕시킬 때 수돗물 대신 생수나 끓인 수돗물을 사용하는 식이다.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필터를 설치하는 가정도 늘어 마스크 대란에 이어 ‘필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북 안동에서 네 살 자녀를 키우는 박모(30)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단체시설에서의 정수기 사용이 자제되고 있지만, 양치할 때는 아이들이 수돗물을 쓰는 만큼 좀 더 철저하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위생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식수 관리 상황도 주기적으로 알려주면 학부모들이 걱정 없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살 된 딸을 둔 박모(33·천안)씨는 “정부에서 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고 수도권 외에 다른 지역으로 사태가 퍼지지 않도록 힘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수돗물 유충은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지금까지 인천에서만 140여 건의 사례가 파악됐다. 환경부와 인천시는 수돗물의 맛과 냄새, 유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의 입상활성탄지에서 번식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과 경기, 부산 등에서도 유충 관련 민원이 잇따랐다. 19일에는 서울 중구에서 샤워 후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경기 파주의 운정신도시 가람마을의 아파트에서도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유충 두 마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0일 “민원이 접수된 오피스텔의 급수계통인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의 입상활성탄지를 정밀 조사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며 “샤워실 배수로가 깨끗하지 않아 벌레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