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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신용카드 없이 내 얼굴 대면 결제 끝

이슬기 기자

2020.06.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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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페이스 페이' 편의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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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업 시작하기 10분 전.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편의점에 들렀다고 생각해 보자. 삼각김밥과 우유를 결제하려는데, 아뿔싸. 지갑을 두고 왔다. 간편 결제를 할 스마트폰도 배터리가 다 돼 전원이 꺼진 상황이다. 결제를 기다리는 점원을 보니 식은땀이 난다. 이럴 때 영화처럼 내 얼굴을 스캔해 계산하고 물건을 살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긴 것이 '페이스 페이(얼굴 인식 결제)'다. 국내에서는 신한카드가 최초로 상용화해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 처음 적용했다. 먼 옛날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하던 인류는 지폐와 동전, 카드를 거쳐 이제는 지갑 없이 휴대전화기만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페이스 페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돈'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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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페이스 페이(얼굴 인식 결제)’를 써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편의점을 찾았다. 페이스 페이는 현금이나 카드 없이 개인 얼굴 정보만 확인해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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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셀프 계산대에서 페이스 페이를 체험했다. 구매하려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터치 스크린에서 ‘안면 인식 결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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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AI) 기술이 결합된 3D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는 시간은 1초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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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기자
1초 만에 얼굴 인식해 결제 끝

페이스 페이를 이용하려면 얼굴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먼저 한양대 캠퍼스 안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에 들렀다. 준비물은 돈이 빠져나갈 신한은행 카드와 본인 인증을 할 휴대전화, 그리고 '내 얼굴'이다. '페이스 페이 등록기'라고 적힌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의 '등록 시작' 버튼을 눌렀다. 투입구에 카드를 꽂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자 본인 확인용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으로는 결제할 때 사용할 비밀번호 네 자리를 입력했다. 곧 기자 얼굴이 화면에 떴다가 카메라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사라졌다. '얼굴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스캔해서 어떻게 다른 사람과 구별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페이스 페이 등록에 걸린 시간은 총 2분 정도였다.

얼굴 정보는 한 번만 등록하면 여러 페이스 페이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한양대 캠퍼스에는 학생 식당과 편의점 등 16곳에 페이스 페이 기계가 설치돼 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페이스 페이는 점원이 있는 계산대나 손님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셀프 계산대에서 모두 가능하다. 셀프 계산대 앞에 선 기자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습관처럼 지갑을 꺼냈다가 '아차' 하면서 도로 넣었다. '안면 인식 결제' 버튼을 누르고 마스크를 벗자 1초 만에 얼굴 인식이 끝났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결제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카드를 이용할 때와 비슷했다.

소비자들 "해킹은 불안"

사용자 얼굴이 달라져도 페이스 페이가 인식할까? 기자가 안경을 쓰고 얼굴을 대 봤더니 결제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모자를 써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썼을 때는 제대로 읽어들이지 못하는 듯 결제 오류 창이 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페이스 페이는 화장으로 달라진 얼굴까지 인식한다"고 했다. 이처럼 내 얼굴을 '나만의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밀은 첨단 인공 지능(AI) 기술에 있다. 3D 카메라와 AI가 얼굴에 100여 개 점을 찍어 눈·코·입 위치와 미세한 특징을 잡아낸다. 이를 디지털 코드로 바꿔 저장했다가 결제할 때 같은 얼굴인지 확인하는 원리다. 적외선 카메라가 진짜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어 사진을 내밀고 스캔하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교내에 학생 수가 적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편의점에서 페이스 페이를 이용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대학원생 이모(29)씨는 "생긴 지 얼마 안 돼 몰랐다"면서도 페이스 페이를 사용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생체 정보를 온라인 서버(저장소)에 남기는 것이 불안하다고 했다. 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때는 변경하면 그만이지만, 생체 인증 데이터는 한번 복제되면 피해를 막을 수 없어 위험하다는 얘기였다. 페이스 페이는 얼굴 정보를 암호화해 서버 두 군데에 나눠 저장한다. 서버 한 곳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아직은 "카드나 스마트폰처럼 편한 결제 수단이 있는데 굳이 불안한 페이스 페이를 쓸 이유가 없다"는 학생이 많았다. 얼굴 인식 결제는 이미 중국에서 대중화에 성공했고, 미국에서는 무인 상점 '아마존 고'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한양대에서 시험 기간을 거친 다음에 다른 매장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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