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격교육 발전하려면… “‘학교 중심 생태계’ 구축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6.09 17:25

-9일‘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 열려
-학교 안 교사 역할 커지고, 밖에선 민간 콘텐츠 활성화
-“정부, 미래교육 정책 방향 제시해야 교육 질적 전환”

  • 9일 오후 2시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현장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는 취지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페이스북 ‘KERIS 미래교육포럼’ 제공
    ▲ 9일 오후 2시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현장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는 취지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페이스북 ‘KERIS 미래교육포럼’ 제공
    “학교 현장에서 에듀테크를 활성화하려면 단순 기술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은상 서울 창덕여중 교사)

    코로나19로 원격교육을 경험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에듀테크 활성화에 적합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으로 ‘학교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수업이 어려워진 탓에 공교육에서 원격교육이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온·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등이 확산하면서 에듀테크 수요가 급격하게 증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하려면 미래교육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내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고경욱 경기 신성고 교사는 “교사는 더 이상 지식전달의 주체가 아니”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결과에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을 탐구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조언자로서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교육과 평가를 바라보는 관점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고 교사는 “앞으로 교육현장에서는 평가의 객관성이나 지식의 양적 가늠만 추구하기보단, 학생 개개인이 소유한 지식의 질적 가치와 문제해결능력을 확인하는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바깥에서는 현재 정부와 에듀테크산업계가 EBS 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등 원격교육에 필요한 공공플랫폼을 민간플랫폼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9월부터 운영되는 해당 플랫폼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개발한 각종 에듀테크 콘텐츠와 도구 등을 개별 학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는 영국의 에듀테크 클라우드 모델과 비슷하다. 임재환 코로나19 대응 및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에듀테크 산업진흥 TF 위원장(유비온 대표)은 “학교 선택권을 중심으로 하는 모델에서는 학교와 교사가 직접 교육콘텐츠를 선택한다”며 “교사의 의사결정권한을 존중해 교육콘텐츠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개별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미래학교 운영에 참여한 이 교사는 “학교에 새로운 기술 등을 지원해도 학교문화나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나지 않더라”며 “이 같은 불일치를 줄이려면 학교에 에듀테크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 교사들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단위 학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민감한 학습데이터의 경우,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대준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 명예교수는 “한국형 원격교육 플랫폼 개발을 위해 국가 차원의 교육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데이터 중심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팀별 학습·콘텐츠 활용 등 학습활동 데이터 ▲과제·평가·커뮤니티 활동 등 학습운영 데이터 ▲출결·자원관리 등 관리 데이터 등으로 나눠 관리하는 식이다.

    미래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교육을 시도할 때 출결과 평가 인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이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며 “기존의 규정을 일일이 수정하기가 어렵다면 미래교육을 촉진하는 특별법 마련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일관성 있는 미래교육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에듀테크만 내세울 경우 교육의 질적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는 미래교육 정책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K에듀의 구성요소로서 에듀테크가 기존의 공교육을 질적으로 전환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자·개발하면 국제적 영향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주최 측에 보낸 축사에서 “그간의 원격수업 성과를 바탕으로 현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필요 시 언제든 온·오프라인 융합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며 “원격교육을 결합한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실천해 미래교육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