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6명 “코로나가 교육격차 키워”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6.09 11:00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격차 극복 위한 입법제안
-“원격수업, 부모 배경 따른 격차 더 키웠다” 62%
-취학자녀 둔 4050대·여성의 위기감 인식 비율 높아

  • 성인 10명 가운데 6명(62%)은 코로나19로 인해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학생의 교육격차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1대 국회가 시급히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법령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교육격차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조사했다. 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이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교가 원격수업을 실시하면서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 등 배경이 학생의 교육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인식했다. 이 같은 주장에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24.2%로, 동의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37.7%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 편 22.3%, 매우 동의하지 않음 10.1%다. 특히 지역과 연령, 성, 자녀유무, 가구소득 등 모든 계층에서 동의한다는 응답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제 학부모가 느끼는 교육격차는 더욱 컸다. 취학자녀를 둔 40대와 50대 성인은 각각 63.8%와 66.5%가 교육격차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이 남성(59.95%)보다 여성(64%)이 더 높은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 온라인 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사걱세 제공
    ▲ 온라인 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사걱세 제공

    학생이 원격수업만으로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5.4%가 원격수업만으론 학습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계층에서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응답자 대다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주장에 매우 찬성한다는 비율은 23.2%, 찬성하는 편이란 응답은 40.5%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편 15%, 매우 반대 7.6%다. 관계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약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사걱세 측은 “21대 국회가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우선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권 대물림 교육 지표 조사를 법제화하고, 조사위원회를 부총리 산하로 설치해 매년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사걱세 측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교육제도 내에 존재하는 부모의 배경이 대물림되는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자 834명 가운데 585명(70.1%)은 서울·경기의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신입생 역시 절반(49%)이 서울·경기지역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 출신은 학생 수 대비 35.6%가 서울대로 입학했고, 서울대 졸업생이 다시 의료계나 법조계, 정계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등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으로 인한 자녀의 입시, 입직 경로의 대물림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걱세 측은 “월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이 입시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습 이해 정도. /사걱세 제공
    ▲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습 이해 정도. /사걱세 제공
    이 같은 직접적인 입시의 고리를 끊기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도 요구했다. 사걱세 측은 “출신학교는 입학성적일 뿐이고, 인간의 능력은 스무 살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발되는 것”이라며 “교육의 계층사다리 역할이 붕괴하고 부모의 학력·학벌·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대물림돼 출신학교가 개인의 노력인지 부모의 조력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출신학교 차별은 불공정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학서열해소 및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강조했다. 일정한 성적 이상이면 더는 경쟁을 하지 않고 대학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로, 이에 참여하는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UC, CSU, CCC로 유형화한 대학체제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유아 인권법 제정도 촉구했다. 영유아의 놀 권리와 건강권, 발달권, 참여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사교육을 규제하고 과잉학습을 방지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고액 학원비와 하루 평균 4시간 51분에 달하는 교습시간 등 영유아 대상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한 발달에 적신호가 켜진 영유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사걱세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일상이 무너져 있는 지금,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절망을 국민에게 안겨선 안 된다”며 “국회는 코로나19발 교육격차 해소라는 국민의 요구에 조속히 응답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