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입사관이 학원 입시홍보 참여 … 땅에 떨어진 공정성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6.04 11:45

-학원 입시 설명회서 A대학 입사관, 입결 공개하고 면접 사례 소개
-A대학 “학원 요청 따라 파견” 이투스네오 “재수생 행사 관행”
-사걱세 “입시정보 격차 야기, 대학이 사교육 참여 부추길 우려↑”

  • 현직 대학 입학사정관의 설명회 참석을 알리는 학원 블로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제공
    ▲ 현직 대학 입학사정관의 설명회 참석을 알리는 학원 블로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제공

    한 사설 입시업체가 일산지역에서 진행한 의대 입학 관련 입학설명회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연사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입시정보 격차 뿐만 아니라 자칫 사교육 참여를 부추길 우려가 커 입시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입시전문업체인 이투스네오는 지난달 11일 일산지역 학부모와 재수생을 대상으로 ‘의대특집 시리즈’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의대 입시의 변화와 특징, 수시와 정시 입학결과 공개, 자기소개서 면접의 합격·불합격 사례 등을 강연한 이 설명회에는 A대의 현직 입학사정관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걱세는 현직 입학사정관이 공공기관이 아닌 사교육업체와 함께 입시정보를 제공한 것은 입시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교육 이용 여부에 따라 학생 간 입시 정보 격차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대학이 나서서 사교육 참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입학사정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대학이 이 같은 행사에 참여를 결정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행 입학사정관은 높은 수준의 공적 의무를 부여받는다. 고등교육법에서는 상피제를 적용해 입학사정관으로부터 학원과 과외교습을 받은 학생이 해당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입학사정관을 학생 선발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3년간 학원 또는 입시상담 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에 일부 대학은 이 같은 윤리강령을 토대로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마련해 규제하고 있다. 한 대학은 재임 중 사정관의 직무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사교육 관련 단체나 업체 및 특정인에게 유출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투스네오 측은 현행법상 현직 입학사정관의 입시설명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재수생 입학설명회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연사로 참여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박건영 이투스네오 입시센터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의 재수생 대상 입학설명회에 현직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행사를 진행한 일산 지역 재수생은 이 같은 입학정보에서 소외돼 정보격차가 커져 대가성 없이 행사를 열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법규정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았고, 정보의 격차에 시달리는 재수생을 위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당국의 성실한 정보제공 노력조차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순수한 차원의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입시업체의 주장처럼 현행법상 현직 입학사정관의 입시설명회 참여를 가로막는 규정은 없다. 신소영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행법상 금지 또는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자의 취업 등까지 제한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통념상 참여해선 안 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규정을 실제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원은 “고등교육법 등 관계법령에 금지와 처벌 조항을 명시하고, 입시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세금을 들여 대학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의 선정평가 절차를 가다듬어 이런 일탈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A대 관계자는 “특정 학원 수강생 뿐만 아닌 지역의 불특정 다수를 위한 행사라 일상적인 입학홍보의 일환으로 생각했다”며 “대가성은 전혀 없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입학홍보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일산지역이 수원과 지리적으로 멀어 평상시에도 입학홍보 기회가 없었던 점 때문에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순수한 입학홍보 차원의 행사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