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0명 중 6명 “원격수업이 학습 결손 예방”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5.08 17:19

-교육부 8일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자문단 회의’
-가정 내 학습지도·접속지연 대처 어려움 호소
-교사 4명 중 1명은 “앞으로 원격수업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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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제공
    학부모 10명 중 6명(64%)은 지난 한 달여 간 초중고교에서 실시한 원격수업이 자녀 학습 결손 예방에 도움이 됐다고 인식했다. 다만 가정 내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이 부족(49%)하고, 접속 지연 등 원격수업 오류 발생 시 즉각 해결이 어려워(23%)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과 30일 학부모 2000명에게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다. 

    교육부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자문단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원격교육 추진 경과와 교사·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원격수업은 지난달 9일 고3·중3 학년 온라인 개학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접속량 폭주를 대비해 EBS 온라인클래스는 3월 2일 1만명 수준이던 서버를 4월 8일 300만명 수준으로 확충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용하는 e학습터도 3월 23일 47만명 규모였던 서버를 4월 8일 3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각 플랫폼의 누적 개설 학급 수는 5월 4일 기준 EBS 온라인클래스 29만9357개, e학습터 25만7874개로 나타났다. 플랫폼 내 교사 자체 제작 콘텐츠 수는 4월 21일 기준 EBS 온라인클래스 53만7349건, e학습터 175만8198건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은 두 플랫폼 간 콘텐츠 연계를 통해 수요자의 접근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격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원격수업이 자녀 학습 결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35%로 나타났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27%,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8%, 모르겠다 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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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제공
    원격수업 중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는 가정 내 학습·생활지도할 사람 부족, 접속지연 등 오류 발생 시 해결 어려움, 과제과다로 수행부담 발생(10%), 가정 내 스마트기기 부족(3%), 데이터 사용료 및 통신비 부담(1%) 등이 꼽혔다. 없거나 잘 모르겠다(14%)는 응답도 있었다. 

    다만 원격수업 형태는 다소 편향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나이스(NEIS)를 활용해 교사 22만4894명에게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을 했다는 응답이 40.9%로 가장 많았다. 과제 수행 중심 수업 10.6%, 실시간 쌍방향 수업 5.2% 등이다. 

    2개 이상의 혼합형 수업을 했다는 응답이 43.3%로 높게 나타났으나, 실제 혼합형태를 보면 과제 수행 중심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을 혼합한 형태가 82.1%로 압도적이었다. 과제 수행 중심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섞었다는 응답은 3.9%로, 콘텐츠 활용 중심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혼합했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3개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는 응답은 6.9%다. 수업 시 주로 활용한 콘텐츠는 자체제작(33%), 유튜브 등 민간 제공 자료(25%), EBS강의(24%), 디지털교과서(10%), KERIS·위두랑 등 제공 강의(8%) 순이다. 

    외국산 원격수업 플랫폼이 교육계를 잠식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구글클래스룸과 마이크로소프트(MS)팀즈 등 해외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교사 비율은 15%에 그쳤다. EBS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한 교사가 35%로 가장 많았고, e학습터와 위두랑 등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플랫폼을 활용한 비율이 32%로 뒤를 이었다. 네이버밴드와 카카오톡, 클래스팅 등 국내민간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응답도 1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원격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중복응답). 교사들은 학생 출결확인과 수업참여 독려가 가장 어려웠다고(56.6%) 응답했다. ▲출석수업보다 많이 소요되는 수업 준비시간 부담(42.2%) ▲수업저작권 및 교사 초상권에 대한 침해 우려(41.3%) ▲IT기기 활용법 학습 등 새로운 기술 학습 부담(23.5%) ▲원격수업 시 필요 기기의 노후화·부족(18.1%) ▲교실 WIFI 지원 등 기본 인프라 환경 미흡(16.3%)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교사들은 교과별·차시별 다양한 콘텐츠 및 학습자료를 제공(65.4%)하고, 출결·학습진도 관리에 용이하도록 학습관리시스템을 개선(59.5%)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버 확충 등을 통한 플랫폼 안정성 확보(43.8%)와 원격수업 역량강화 프로그램(연수 등) 제공(19.2%)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한 협의회비를 지원(8.9%)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 4명 중 1명은 앞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원격수업 활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및 매우 그렇지 않다가 24%에 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경험을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교사가 ICT 활용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세상은 ICT 기반의 협력적 문제해결이 일상이 됐지만 학교는 ICT 사용을 금지해 왔다”며 “이제야 교실이 진짜 세상과 연결돼 교과학습 측면에서 원격수업과 생산성 도구의 유용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학습 서비스 생태계를 꾸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재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컴퓨터과학과)는 “에듀테크 기업과 전문 개발자, 교육관련 기관이 개방된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며 적절한 사용료 지불을 유도해 제작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