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담·데이터 전형 도입 … 발칙한 원격수업의 미래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5.07 11:03

-정부·일선교사, 등교수업 뒤 원격수업 활용에 고심
-학부모 63% 교사 76% “원격수업 활용”긍정적 반응
-윤리체계 확립, 스마트 디바이스 격차 등 과제 남아

  • 문을 닫았던 초중고교가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수업을 실시한다. 교실을 전면 대체했던 원격수업은 등교수업이 시작되면 일정기간 병행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모든 학년이 등교수업을 실시한 이후 원격수업의 향배에 대해선 아직 뚜렷한 결론이 없다. 교육계에선 앞으로도 원격수업을 손질해 정규교육의 한 부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9일부터 실시한 원격수업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지난 4일 교육부가 등교수업 실시를 발표하면서 밝힌 원격수업 관련 교사·학부모 의견수렴 결과를 보면, 학부모 가운데 62.6%는 원격수업이 학습결손 예방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교사 가운데 76.4%는 향후 원격수업을 수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4월 한때 잦은 접속지연이 발생하고, EBS 강의에 의존한 수업으로 질 논란까지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원격수업이 실제 학교운영과 수업에 도움을 줬을까. 일부 교사는 비대면 방식의 학부모 상담을 첫손에 꼽는다.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해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만나지 않고 원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학부모가 학교를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고, 교사 역시 학부모를 직접 대면하는 부담을 다소 벗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교사 연수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줌을 활용한 원격수업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소개한 우치갑 비주얼씽킹 수업연구회장(2019년 퇴직)은 “줌을 활용한 연수를 실시했는데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교사가 참여했다”며 “그간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스마트교육 접근이 어려웠던 교사들에게 화상연수를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원격수업 활용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원격수업을 통한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 가능성도 크게 점쳐진다. 마이크로 러닝은 한 가지 주제를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배우는 콘텐츠다. 기존 학교교육에선 1차시를 기준으로 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마이크로 러닝을 도입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이크로 러닝을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일선 학교에선 불가능했다. 

    마이크로 러닝을 적극 도입하면 학생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다양한 학생의 관심과 적성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 교육의 질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조기성 스마트교육학회장(서울 계성초 교사)은 “원격수업을 하면서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토대로 학생이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실시할 수 있다”며 “맞춤형 교육을 위해 사교육을 찾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기존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 데이터가 쌓인다는 점에 착안하면 입시의 변화도 가늠해볼 수 있다. 조 학회장은 데이터 포트폴리오 전형을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전형은 학생이 그간 들은 수업을 토대로 학생의 관심과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고, 그를 통해 학생의 적성과 전공적합도 등을 산출해 반영하는 대입전형이다. 다양한 원격수업 콘텐츠 가운데 학생이 관심을 보이고 선택한 과목의 목록과 그 과목에서 얻은 학업 성취도, 그리고 수업을 듣는 태도나 적극성 등을 모두 데이터로 축적하고, 대학은 그 누적 데이터를 분석해 평가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진 취지를 적극 살리고, 주관적 평가로 인해 나타나는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조 학회장은 “화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맞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조작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여전히 가다듬어야 할 문제도 많다. 당장 교사의 초상권 등을 비롯한 원격수업의 윤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원격수업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에 지난달 일반인이 원격수업에 난입해 음란행위를 하거나, 교사의 얼굴을 학생이 촬영하는 등 사실상 보안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위한 윤리강령 등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보다 고도화와 기술적인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수업을 실시하기 위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격차 해소도 중요한 문제다. 앞서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도입하면서 초중고 학생 28만2982명(전체 학생의 5.3%)에게 스마트 디바이스를 대여했다. 만약 원격수업을 임시가 아닌 정규교육으로 도입한다면 이들에 해당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확보와 보급 방식을 다시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스마트 디바이스가 있더라도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의 피로도를 해소하고, 원격수업에 친화적인 교사를 양성할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는 “한 달이라는 임시기간 동안 콘텐츠 생산과 원격수업 진행에 극심한 피로를 느껴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며 “원격수업의 효율적인 운용과 콘텐츠 제작 노하우 등을 교원양성단계부터 배울 수 있도록 체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도적인 걸림돌을 치우는 것도 필수적이다. 현재 교육부는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학교의 무선인터넷망 등을 통신사와 협력해 대여하고 있지만 임시대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고 등교수업이 본격화하면 개인보안 등을 문제로 다시금 학교현장의 인터넷 활용이나 스마트 디바이스 도입 등이 규제에 막힐 여지가 충분하다.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학교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원격수업 방법과 에듀테크 서비스를 교사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원격수업의 질적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