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맘쇼’ 김경아·정경미·조승희 “코로나發 온종일 육아, 이렇게 해보세요”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27 10:00

-[인터뷰] 개그우먼 엄마들이 전하는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 올해로 5년차를 맞은 ‘투맘쇼’를 이끌어가는 개그우먼 김경아, 정경미, 조승희는 “육아하기에 너무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 힘듦이 축복으로 느껴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양수열 기자
    ▲ 올해로 5년차를 맞은 ‘투맘쇼’를 이끌어가는 개그우먼 김경아, 정경미, 조승희는 “육아하기에 너무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 힘듦이 축복으로 느껴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양수열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자녀의 등원·등교가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전국의 가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24시간 육아와 집안일에 지쳐가는 엄마들 사이에선 ‘돌밥돌밥’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을 챙기는 엄마들의 고달픔이 담긴 단어다. 이 같은 현실 육아를 소극장 무대로 옮겨와 승승장구하고 있는 개그우먼들에게 이 시대의 ‘육아’를 물었다. 바로 ‘투맘쇼’(To mom show)를 이끌어온 개그우먼 김경아(39), 정경미(40), 조승희(37)가 그 주인공이다. 김경아는 10살 아들과 6살 딸을, 정경미는 7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공연을 통해 수많은 엄마들을 웃기고 울린 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육아 경험담을 모아 책 ‘투맘쇼’ (42미디어콘텐츠)를 펴냈다.

    ◇경력단절 극복하려 공연 기획…“엄마들이 주인공”

    연예계는 출산과 육아를 하면 경력단절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도 출산 직후 어김없이 경력단절의 위기를 맞았다. 김경아는 “결혼 전까진 ‘개그콘서트’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출산 이후엔 아이 엄마로서 소화하기 어려운 출퇴근 일정 때문에 돌아가지 못했다”며 “단순 휴직이 아닌 완전한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정경미는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해 출산 직후 라디오 DJ로 복귀했다. 아이를 낳은 지 단 23일 만이었다. 정경미는 “다른 연예인이 내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빠른 복귀를 택했다”며 “그 덕분에 ‘욕망 새댁’이란 별칭을 얻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라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이들에게도 하루 네다섯 시간 남짓한 자유 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그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방송 일이나 근교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시간이 애매했다. 공연 관람 같은 취미생활을 누리자니 그 시간대에 엄마들이 볼만한 공연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답답한 육아 생활의 해방구를 찾아 나섰다. 서로의 육아 경험을 나누며 묘안을 찾았다. ‘투맘쇼’의 시작이었다. 현재 투맘쇼에서 유일한 ‘미혼’ 구성원인 조승희도 이때 합류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매일같이 집 주변 카페에 모여 후다닥 공연을 짰다. 김경아는 “이전까진 엄마들이 육아에만 전념하는 게 당연했지만, 요즘 시대엔 그렇지 않다”며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낸 엄마들을 위한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경미는 “최근에는 연예계에서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 복귀하는 사람들이 많아 캐릭터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투맘쇼에선 관객석에 앉아 있는 엄마들도 주인공이 된다. 조승희는 “공연에서 연기자들이 에너지를 내뿜기도 하지만, 관객인 엄마들에게서 에너지를 받아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첫 공연은 연기자와 관객 모두 눈물바다를 이뤘다. “코너 중에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와서 자신의 육아 경험담을 털어놓는 시간이 있어요. 이때 많은 엄마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내 얘기 좀 들어달라’며 속내를 털어놓고 가죠. 사는 게 다 똑같아서 눈물이 절로 났어요. 관객석에 앉아 있는 분들도 ‘저 집도 우리 집처럼 사는구나’하면서 위로를 받아요. 그게 투맘쇼의 맛이죠.”(정경미)
  • /양수열 기자
    ▲ /양수열 기자
    ◇아이와 상황극 통해 집안일 나누고, 주변 정리하기

    이들의 육아는 현재진행형이다. 김경아는 육아를 ‘생방송’에 비유했다. 방송사고(NG)와 같은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은 탓이다. 정경미는 육아가 ‘양파’와 같다고 표현했다. 까도 까도 끝없이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때론 매운 향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점도 육아와 닮았다고 했다. 

    이들은 평상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사수한다. “육아와 집안일에 지쳐 폭발하기 직전에는 아이들을 부모님이나 남편에게 맡기고 지갑만 들고 주변 커피숍에 가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30분 정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마음이 풀어지죠. 때론 육아와 잠시 거리를 두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김경아) 

    체력 관리를 위해 아이와 생체리듬을 맞추기도 한다. 정경미는 “예전엔 아이가 잠들면 늦은 밤까지 TV를 보며 여유를 즐기곤 했지만 오히려 다음날 피로가 쌓이더라”며 “요즘엔 아이가 잘 때 같이 잠자리에 들며 피로감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이들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예정된 공연이 모두 취소된 탓에 온종일 육아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김경아는 상황극 놀이를 통해 아이와 함께 가사 부담을 나누고 있다. “‘일상을 놀이처럼 살자’는 생각으로 놀이와 집안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상황극을 통해 아이가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을 놀이처럼 같이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는 ‘신데렐라’ 역할을 하고, 저는 ‘계모와 언니들’이 돼요. 세탁기에 빨랫감 넣기, 물티슈로 상 닦기 등 집안일을 해야 무도회에 갈 수 있다고 하면서요. 아이도 기분 좋게 놀고, 엄마도 집안일을 같이할 수 있으니 좋죠.”

    아이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는 기회로 만들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집에 쌓여 있는 장난감 중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며 정리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장난감을 자주 꼬박꼬박 사줬어요. 그런데 집에서 노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니 새로운 장난감이 필요 없겠더라고요. 늘 갖고 노는 장난감은 하나밖에 없죠. 그래서 아이에게 장난감을 하나씩 가리키며 앞으로 갖고 놀건지, 얼만큼 소중한지 등을 물어보며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을 정리했어요. 주변에 나눠주거나 버리고 나니 홀가분하더라고요.”(정경미) 

    무엇보다도 이들은 가족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집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봐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가 크지만, 지금 이 시간을 가족들이 더욱 돈독해질 기회로 삼으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조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