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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자유학기제 강사들과 담당 교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정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에 따라 자유학기제 역시 온라인 수업 전환 준비 작업에 돌입하면서부터다.
자유학기제 온라인 수업은 대체로 녹화 강의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일부 학교는 강사의 음성을 입힌 PPT 자료로 대체하는 것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사들이 자신의 강의를 촬영하는 걸 꺼리고, 영상이나 캡처본 등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1학기 수업을 2학기로 미뤄달라’거나 ‘등교가 가능한 시점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진로 체험과 탐색에 방점을 두고 있는 자유학기제 수업은 주로 이론보다 실습 위주다. 다만, 온라인 수업 전환 이후의 자유학기제 수업은 이론과 시연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녹화 강의·PPT 등 단방향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들과 소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학습 난도를 낮추거나 반드시 실습이 필요한 내용은 뒤로 미루는 식이다.
인천과 부천 지역 중학교에서 ‘네일아트’ 수업을 진행하는 신기옥 강사는 “첫 수업부터 자세 교정을 비롯한 실습 지도가 필요한데, 온라인 수업에서 이를 어떻게 충실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수업자료를 준비하면서도 얼마나 알찬 내용을 담아야 할지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특정 재료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사들의 수업 준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중학교에서 ‘캘리그라피’를 지도하는 김모 강사는 “캘리그라피 수업에선 붓펜을 이용한 굵기 조절 연습이 중요하지만, 재료를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라 일반 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재구성했다”며 “강의 영상을 촬영할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개별적으로 강의 대본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쿨렐레와 같은 악기를 다루는 강사의 경우, 음원 저작권 문제도 고민거리다. 기존 수업에선 학생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음원을 적극 활용했지만, 최소 수십명에서 최대 수백명을 대상으로 하는 녹화 강의에서 이를 그대로 활용해도 저작권법 등에 어긋나지 않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악기 연주를 들려주고 연주법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정해진 수업 시간을 채울 수 없어 빈틈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강사들은 무엇보다도 온라인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EBS 온라인 클래스와 같은 플랫폼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 관련 학습 자료를 강사들이 직접 올리고,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려는 용도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플랫폼이 각기 다른 탓에 여러 곳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자유학기제 강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큰 편이다.
인천 지역 중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서슬기 강사는 “자유학기제 강사들은 학교에서 쓰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접근할 권한이 없거나 권한이 있어도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강사들이 또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면 학생들도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자유학기제 강사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이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각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총괄해 담당하는 교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별로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가 일일이 나서 강의 제작과 운영 등을 지원해야 해 여러 과목의 온라인 수업 운영을 동시에 맡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보통 자유학기제 수업은 3~5개가 동시에 운영된다.
이에 따라 지역별·학교별 격차도 나타날 전망이다. 지방 소도시와 산간·도서지역의 강사들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 낮은 탓이다. 이렇게 되면 자유학기제 온라인 수업은 전적으로 교사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의 학교는 이 점을 고려해 과제물 대체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업무를 담당하는 이모 교사는 “자유학기제 강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EBS 내에 있는 직업 관련 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거나 학생들이 간단한 과학 키트(Kit)를 제작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임시방편으로 개학 이후 4주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 자유학기제 운영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습 위주 자유학기제도 온라인 수업?… 강사·교사 모두 ‘진땀’
- 강사 “수업 재구성·촬영 부담 커” 교사 “업무 과중도↑”
- 온라인 수업 플랫폼 사용법 연수 등 환경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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