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격수업 준비 상황 보고하라” 바쁜 학교에 공문 보낸 경기교육청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06 18:17

-도내 중·고등학교 학습방 개설·학생 안내 등 보고 요구
-교사들 “동영상 촬영·편집으로 바쁜데 공문까지 내리나”
-경기교육청 “원격수업 준비에 만전 기하려는 의도” 해명

  •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조선일보 DB
    ▲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조선일보 DB
    경기도교육청이 일선 중·고등학교에 온라인 개학을 대비한 준비상황을 점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격교육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점검하겠다는 취지지만, 원격교육 대비로 바쁜 일선 학교에 업무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공문 시행을 자제하라는 내부지침을 세운 것과 반대되는 행보라 교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6일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일 도내 중·고등학교에 원격수업을 위한 학습방 개설과 학생 안내, 구글클래스와 줌(zoom), EBS온라인클래스 준비 상황 등을 점검해 7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시행했다. 경기교육청은 이와 함께 7일과 14일 원격수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파일럿테스트를 실시한다. 7일은 9일 개학을 앞둔 고3과 중3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4일 나머지 학년을 대상으로 파일럿테스트를 한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접속 지연 등 학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점검”이라며 “원격수업을 처음 시행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일럿테스트 실시는 교육부의 공문에 따른 것”이라며 “교육부가 원격수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정한 날짜와 형식으로 파일럿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해 점검을 하려는 의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선 가뜩이나 원격수업 준비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업무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내 한 중학교 교사는 “며칠 안 되는 준비기간 동안 원격수업 시스템을 정비하고 학생들에게 학습방을 안내하는 등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업무가 폭증한 상황”이라며 “교사도 불철주야 수업 준비에 매달린 상황인데 갑작스레 상황을 보고하라는 공문까지 내려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7일 파일럿테스트 대상은 고3과 중3 학년 등 일부인데 전 학년에 대한 준비 상황을 보고하라는 것도 억지”라며 “동영상 촬영이나 편집, 수업자료 준비까지 모두 교사의 몫인데 행정업무까지 보태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 같은 경기교육청의 공문은 교육부의 지침과도 배치된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에 따른 교사의 업무부담을 염려해 공문 시행을 최소화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확인을 거쳐 시행할 것을 내부지침으로 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수업을 처음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행정업무까지 전가해서 안 된다는 부총리 등의 의지에 따라 공문 시행을 자제하고 있다”며 “공문 시행 시 내용을 점검하고 꼭 필요한 공문인지 확인한 뒤 내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