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앞둔 특성화고 교사·학생 “실습 걱정”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06 15:47

-일부 학교, 사회적 거리 두기 반영한 실습 계획 검토 중
-‘특성화고·마이스터고3 대책 마련해달라’ 청원도 올라와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성화고 교사들은 실습수업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생들은 부족해진 실습기회로 인한 위기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 “수업 계획 전면 수정했지만…”

    정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직업계고를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 시기에 전공 교과 이론수업을 집중적으로 듣는 ‘기간집중이수제’를 운영하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 평생교육원·경기평생교육학습관·농업교육포털 등에 있는 1만7000여개의 직업교육 관련 콘텐츠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특성화고 교사들은 미리 짜둔 수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최종길 서울 미래산업과학고 연구부장은 “한 학기 17차시 수업 중 개학 이후 4주차까지는 최대한 쉬우면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온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재구성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수업 운영 자체에 부담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다. 대구의 한 공업고 교사는 “지금처럼 교사들이 우왕좌왕하며 학습자료를 제작해 올리면 통일성도 없고, 담임을 맡고 있을 경우 학생 관리에 바빠 수업 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각 과목을 대표하는 수석교사를 선정해 자료를 준비하고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개별 학교 교사들이 학급이나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질의응답을 진행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건 일반고와 비교해 실습수업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한 상업고 교사는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간단한 문서 작성은 할 수 있겠지만, 포토샵처럼 학교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인증받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그래픽 수업 등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실습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컴퓨터 하나로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수업을 따라 하려면 화면이 작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반영한 실습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일부 공고는 한 학급을 절반으로 나눠 또는 10명씩 조를 나눠 교대로 실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습을 진행할 때 학생 간 거리를 2m 이상 띄우고 실시하는 식이다. 대다수 특성화고가 지필고사보단 주로 실기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향후 평가 시에도 이러한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취업 눈앞에 둔 3학년, 실습·채용 기회 축소 우려

    특히 졸업 직후 취업을 목표로 하는 3학년들은 온라인 개학 이후 대책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학기 수업이 취업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특성화고에서 바이오화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백모(18)군은 “3학년 때부터 실전에 가까운 실험실습을 충분히 경험해야 취업 전후로 어려움이 없을 텐데 언제부터 학교에서 다시 실험할 수 있을지 몰라 소위 ‘멘붕’ (멘탈붕괴) 상태”라며 “아무리 많은 논문과 동영상을 본다고 하더라도 직접 실험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 중인 고3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러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들이 채용일정을 정확히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고졸 채용을 없애는 식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상반기 채용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하반기에 몇몇 기업들만 채용을 진행한다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은 취업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원인은 이어 공공기관 고졸 채용 규모 유지와 연일 취소되는 자격증 시험 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청원동의 인원은 6일 오후 3시 기준 2만7978명에 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기 위한 기회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추후 확정되는 대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