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초등 1·2학년 EBS 수업’ 발표에 교사들 당혹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06 10:36

-초등 1·2학년 EBS 수업·학습꾸러미로 원격수업
-스마트 기기 발달에 좋지 않다는 지적 등 수용
-초등교사 “학부모 전화 받고 발표 사실 알았다”
-KERIS, 서버 증설 중 하루 치 학급방 자료 유실

  • /양수열 기자
    ▲ /양수열 기자
    일선 초중고가 코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 준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교육당국의 황당한 행보로 어려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와 상의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하는가 하면,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해 쌓아둔 데이터를 유실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일요일인 지난 5일 초등학교 1·2 학년의 원격수업을 EBS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스마트 기기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꾸러미를 제공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초등 저학년이 스마트 기기에 자주 노출되는 게 발달상 좋지 않고, 장시간 집중도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6일부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EBS 방송을 케이블(EBS 플러스2) 외에 지상파(EBS 2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어, 수학 등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교과 관련 방송과 통합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관련 프로그램도 방송한다. 

    학습꾸러미는 TV를 보고 한글과 숫자를 따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도구와 학습지 등을 담았다. 학생은 우편으로 학습꾸러미를 받아 학습하고, 보호자는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방식의 원격수업이다. 교육부는 일부 시도교육청이 도입한 이 같은 방식을 17개 전체 시도교육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을 일선 학교에 미리 알리지 않고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는 점이다. 서울 동대문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요일 오후에 학부모에게 전화를 받고서야 발표 사실을 알았다”며 “원격수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어 “당장 학부모의 상담전화가 폭주할 텐데 어떻게 답변하고 안내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용 협의가 예상보다 늦어져 주말에 발표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게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하기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존보다 약 7배 증설하는 도중 입력된 자료 일부가 삭제된 것이다. KERIS는 6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기존의 자료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약 하루치의 자료가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지친 작업자의 실수였지만, 학교 현장에서 기록하나 소중한 자료라는 면에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삭제된 자료는 지난 4월 3일 오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자료다.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이 개설한 학급방과 학급방 내에서 진행한 과제 수행 활동 등이 삭제된 것이다. KERIS는 3일 접속한 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료 삭제 사실을 안내하는 한편 각 학교의 대표교사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KERIS 측은 “염치없지만 오픈된 서비스에서 다시 한 번 점검을 부탁드린다”며 “국가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라 화보다 황당함이 앞선다”며 “개학 전이라 망정이지, 수업 도중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다만 지나친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업무 담당자가 더 큰 충격에 빠지지 않았겠느냐”며 “비난을 집중하기보다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을 막고 더 세심한 온라인 개학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