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중3부터 9일 온라인 개학 … 수능은 12월 3일 실시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31 14:00

-개학 3일 미룬 4차 휴업 ·학사운영 및 원격수업 도입 발표
-유치원 원격수업 불가 … 개학 무기한 연기하고 놀이지원
-수시·정시 원서접수일 감축 … 4월 중 대입전형일정 발표
-유 부총리 “교사에 대한 신뢰” 당부 … 미래교육 도입 강조

  • 교육부가 고3과 중3 학년의 개학일을 9일로 미루고,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DB
    ▲ 교육부가 고3과 중3 학년의 개학일을 9일로 미루고,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DB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유은혜)가 4월 6일로 예정했던 개학을 4월 9일로 3일 더 연기하고, 고3·중3 학년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하기로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2주 연기해 12월 3일 치른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4차 휴업 명령과 탄력적 학사운영 및 원격수업 도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를 최근 국내 확진자는 감소 추세이나 해외 입국 감염자와 소규모 집단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전문가들이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 등교개학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해외유입환자 수는 30일 130명(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 기준)에 달한다. 여론도 개학에 부정적이다. 리얼미터와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교개학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각각 72%(리얼미터), 74%(갤럽)로 나타났다. 앞서 교육부는 3월 2일에서 6일로 개학을 연기한 1차 휴업 명령 뒤 이후 2차 휴업 명령(3월 9일~3월 20일)과 3차 휴업 명령(3월 23일~4월 3일)을 내렸다. 

    ◇ 입시일정 촉박한 고3·중3부터 온라인 개학
    온라인 개학은 9일 고3과 중3 학년을 시작으로 ▲16일 고1~2, 중1~2, 초4~6 ▲20일 초1~3 학년 순으로 실시한다. 연장한 휴업일수 만큼 법정수업일수(190)를 감축한다. 고3·중3 학년은 3일, 고1~2·중1~2·초4~6 학년은 7일, 초1~3학년은 9일이다. 

    교육부는 학년별로 개학일 이후 2일을 원격수업 적응기간으로 정해 수업 콘텐츠와 플랫폼 활용법을 체험하도록 한 뒤 본격적인 원격수업을 할 방침이다. 학교는 이 기간에 온라인 개학식과 학습방법, 출결·평가 안내 등 포함한 원격수업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사상 최초로 원격수업이 학교 정규수업으로 진행됨에 따라 교육당국은 단계적인 현장 안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우선 학교급·학년별 개학일에 대비하고 학생의 학교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학교와 교사는 4월 1일부터 원격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원격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작업 등이다. 학생·학부모 사전 안내와 교원 자체 연수, 원격교육 플랫폼 선정·테스트 및 학생 원격수업 준비상황 점검 등도 이 기간에 이뤄진다. 

    교육부는 또 온라인 개학 뒤 정보 소외계층의 학습격차를 완화하려는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교육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시도별 스마트 기기 및 인터넷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원격수업 도중 접속 오류 등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콜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가정에 IT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농산어촌과 도서지역 학생을 위해 학교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 원격수업을 얼마나 지속할지 뚜렷한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유치원은 원격수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무기한 개학을 연기한다. /조선일보 DB
    ▲ 원격수업을 얼마나 지속할지 뚜렷한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유치원은 원격수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무기한 개학을 연기한다. /조선일보 DB
    ◇ 학교급별 원격수업 지원 … 유치원은 무기한 개학 연기
    직업계고는 기간집중이수제를 활용해 온라인 개학 시기 전공교과 이론수업을 하고, 등교 이후 실습수업을 집중 실시하는 방안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직업교육 관련 기관과 협의해 전공교과와 취업 관련 콘텐츠 약 1만7000여 개도 안내한다. 

    장애학생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원격수업 자막, 수어, 점자 등을 제공한다.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원격수업과 순회(방문)교육을 실시하는 등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수교사의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www.nise.go.kr)을 4월 6일부터 운영한다. 다문화학생에게는 다국어 안내를 강화하고, 한국어교육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를 연계해 제공한다. 한국어능력진단·보정 시스템과 세종학당, 교육방송 두리안, 한국어교수학습샘터의 콘텐츠 등이다. 이 밖에도 대안학교는 대안교과별 특색에 맞는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체험학습은 등교 뒤 실시하도록 했다. 

    원격교육을 처음 실시하는 교사의 적응을 위해 16일 발족한 원격지원 자원봉사단 ‘교사온’의 노하우도 활용할 방침이다. 교사 181명이 속한 교사온의 학습경험을 교사 커뮤니티와 개학준비추진단 회의 등에서 공유해 원격수업 운영 시 문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운다. 앞서 원격교육 시범학교 490곳의 운영을 통해 발굴한 우수사례도 공유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할 수 없는 유치원은 이 같은 대책에서 빠졌다. 사실상 무기한 개학 연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늠하기 어려워 유치원 개학일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180일 수업일수가 실제 감축될 수 있는 시점에 다시 논의해 현실적인 대책을 낼 것”이라고 했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원격교육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잦은 스마트 기기 사용도 3~5세 유아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많아 원격수업이 어렵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긴급돌봄을 보다 내실화하고, 휴업 연장 기간 동안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부모와 유치원을 대상으로 개정 누리과정과 연계한 놀이지원 자료를 안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학교의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차관을 단장으로 한 신학기 개학 준비 추진단에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신설한다. 준비·점검팀은 교육부가 앞서 발표한 원격교육지원계획과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기준안의 현장 적용을 지원한다. 또 e학습터와 EBS온라인클래스 등 원격교육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원격교육 시범학교 운영 지원과 현장점검을 실시해 학교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수립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위한 플랫폼 마련과 제도개선을 마치고 관계기관과의 업무협력 체계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격수업을 얼마나 지속할지는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지역별 감염증의 진행 상황과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의 병행 등 탄력적 학사 운영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 시점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자율에 맡길지도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 수능을 12월 3일로 2주 연기하는 것을 포함한 입시일정 조정도 이날 발표했다. /교육부 제공
    ▲ 수능을 12월 3일로 2주 연기하는 것을 포함한 입시일정 조정도 이날 발표했다. /교육부 제공
    ◇ ‘12월 3일’ 수능일 2주 연기 등 입시 조정
    수능 시행일 등 2021학년도 대학 입시일정도 조정했다. 우선 수능은 2주 연기해 12월 3일 실시하고, 수시 학생부 작성 마감도 16일 연기해 9월 16일까지 마치도록 했다. 중간·기말고사가 미뤄지고 여름방학 기간이 단축돼 학생의 학생부담이 늘고 대입 준비기간과 교사의 학생부 기재·점검 및 진학상담 기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수능일 연기 등을 반영한 대입전형일정 변경안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4월 중 확정해 발표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발표한 대입전형일정과 비교해 수시모집 기간은 109일에서 106일로 3일 내외, 정시모집 기간은 54일에서 44일로 10일 내외, 추가모집 기간은 8일에서 7일 내외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 부총리 “교사에 애정·신뢰 보여달라” 당부
    한편 교육부는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교육부 내 에듀테크 전담팀을 5월 중 구성해 올해 하반기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기존의 교실 환경에서 어려웠던 교수학습방식을 도입하는 시도다.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온·오프라인 학습을 도입해 미래형 학습모형을 개발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교육계는 5주간의 신학기 개학 연기와 원격 수업 도입, 온라인 개학 등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국내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하고 노력한다면 원격수업을 통해 많은 학생의 창의적 역량을 키워줄 수 있어, 학부모도 교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감염증의 양상을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개인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방역을 실천하며 점진적으로 일상의 안전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익숙했던 교실수업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교육계가 함께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해 학교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