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인공지능(AI)은 수학에서 시작된다
기사입력 2020.03.31 09:33
  • 중국 최고 거부 가운데 한 명인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했다. 그는 더욱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기업 존폐의 관건이 될 것이라 했다. 미래 핵심 산업 분야로는 여러 차례 '빅데이터'를 꼽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고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새로운 시대에 중요한 키워드다. 교육에서는 어떨까? 학생들이 데이터 시대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는 분명 수학(mathematics)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데이터가 많다는 것 자체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필요한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할 때 비로소 데이터에 의미가 부여된다. 수학·통계학은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통계학은 다량의 데이터를 관찰하고 정리 및 분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인 만큼, 데이터 가공 및 활용에 큰 도움이 된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수학·통계학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특정한 패턴을 찾아낸다. 각각의 패턴은 특정한 분포와 확률을 지닌다. 이러한 패턴 분류는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던 알파고 역시 많은 양의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다. 알파고 핵심 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 역시 인공신경망이라는 오래된 수학 모델, 통계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알고리즘 기반 퀀트 트레이더로 일하다 현재 뉴욕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근무 중인 필자의 지인은 경력 10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학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 수학·통계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둘째, 수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가장 본질적인 것들은 무한한 영속성을 지닌다. 논리력의 중요성도 마찬가지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수학은 인간의 정신 속에 추론의 습관을 정착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방법만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패턴과 순서를 찾고, 자연과 사회 현상의 본질에 관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습득할 수 있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생각과 정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역량이 빛날 수밖에 없다.
  • "변호사는 30년 후 인공지능에 대체될 위험성이 가장 큰 직업 중 하나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
  •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초년생들이 맡은 법리 및 판례 조사 작업과 같은 기초 법률 서비스부터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머지않은 미래는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변호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watson)'에게 의료 지식 및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암 진단 정확도가 96%로 전문의보다 월등히 높았다.

    엄친아, 엄친딸의 대표 직업 변호사, 의사의 입지가 흔들린다니,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 않은가? 이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이 파괴되고 데이터·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됨을 뜻한다.

    필자는 학창 시절 수학 공부를 하며 종종 '미적분이나 집합같이 쓸모없는 것을 왜 배워야 하나'는 의문을 품었다. 지금도 많은 학생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번 강조했듯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상위 1%로의 도약이 공부의 목적 중 하나라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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