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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박업체의 정보 수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원하는 건 일부 사이트 홍보 계정을 만드는 데 필요한 휴대전화번호와 가입 인증번호. 이 사실을 자세히 알 리 없는 청소년들은 돈을 받고 업체에 정보를 넘긴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도박업체의 홍보 활동에 일조하는 셈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 초부터 관련 문의 글이 잇따른다. ‘어떤 사람이 5000원 준다기에 휴대전화번호와 스포츠 중계 사이트 가입 인증번호를 넘겼어요. 부모님 번호로도 인증번호를 받아 알려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친구 권유로 모르는 사람한테 사이트 가입 인증번호를 줬는데 문제없겠죠?’ 등이다.
특히 도박업체들은 라이브스코어 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한다. 라이브스코어는 회원 수가 100만명을 웃도는 스포츠 중계, 경기 예측 사이트다. 회원 수가 많아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도박업체 사이에서는 최고의 홍보 채널로 꼽힌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글을 남기거나 개별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홍보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이 적발돼 계정이 영구 정지되면 새 아이디를 만들기 위해 타인의 휴대전화번호와 인증번호를 구하러 나선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도박업체에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다. 간편하게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 없이 정보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라이브스코어가 본인들에게 친숙한 사이트라는 점도 의심을 내려놓게 한 원인이다.
업체들은 보통 3500~7000원의 현금, 문화상품권, 고가의 무선 이어폰을 미끼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라이브스코어 인증번호 보내면 돈을 주겠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소년에게 직접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임교수는 “게다가 중고생은 단체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 친구들이 부추기고 동조하면 꺼림칙해도 일단 따라 한다”면서 “한꺼번에 여러 명의 개인정보를 얻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급기야 강압적으로 지인의 정보를 빼앗아 넘기는 청소년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무진(가명·18)군은 “학교 선배와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의 강요로 휴대전화번호로 온 가입 인증번호를 넘겨줬다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다. 다른 사람을 협박해 전화번호와 인증번호를 넘겼을 경우,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본인의 휴대전화번호를 줬다고 해도 문제다. 단순히 도박사이트 홍보 활동에 도움을 준 것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 공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불법 도박업체에서 청소년의 휴대전화로 개설한 아이디를 통해 음란사진을 합성한 뒤 유포해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칠 수 있다. 이때 돈이라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범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라이브스코어 측은 “만약 가입한 적이 없는데 이미 가입됐다고 나온다면 명의 도용일 수 있으니 고객센터에 문의해달라”고 전했다.
“용돈 벌래”…도박업체에 개인정보 넘기는 청소년들
-도박 운영자들, 홍보 계정 개설 위해 개인정보 수집
-현금이나 문화상품권 등으로 유혹 전문가 “주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