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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세계 어린이] 인도 9세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조윤정 인턴기자

2020.03.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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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어른들만 지키나요?
우리 어린이도 얼마든지 환경 위해 싸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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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님, 기후변화를 막는 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주세요!'

지난해 2월, 인도 뉴델리의 의회 앞에 플래카드를 든 8세 소녀가 홀로 나타났다. 플래카드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보내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소녀는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새로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6월 더위에 지쳐 늘어질 때까지 의회 앞을 지키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리시프리야 칸구잠(9)의 이야기다. 칸구잠은 '아동 운동(Child Movement)'이라는 단체를 설립했고, 이제는 회원 300여 명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은 칸구잠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를 닮았다며 '인도의 툰베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칸구잠은 툰베리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알리기 위해 직접 만든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특징)가 됐다. 언젠가 모디 총리를 만나 환경 정책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는 당찬 꼬마 환경운동가 칸구잠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메일은 영어로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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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도 소녀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인도 뉴델리의 의회 앞에서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비를 맞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양손에 든 플래카드에는 '기후변화를 막는 법을 제정해주세요. 모디 총리는 당장 행동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같은 해 2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위를 시작한 칸구잠은 인도의 우기(雨期·1년 중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인 7∼8월에도 어김없이 의회 앞에 나타났다.

Q1. 더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네 살 때인 2015년 인도 옆 나라 네팔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일어났어요. 환경운동가인 아빠를 따라 피해 현장에 구호품을 전달하러 갔죠. 건물이 무너져 다치거나 부모님을 잃은 제 또래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어요. 이후 세계 어린이들이 어떤 이유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지 관찰했어요. 혹시 지진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기후변화라는 걸 아세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족을 여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이가 세계 곳곳에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환경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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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의 의회 앞에 열린 시위에서 참가해 발언하는 칸구잠(가운데 마이크를 든 어린이).

Q2. 어느새 씩씩한 환경운동가가 됐네요

"처음에는 어른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게 쑥스러웠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들어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환경운동을 시작할 용기를 얻은 계기가 있었어요. 시위를 시작하기 전년도인 2018년, 그러니까 제가 일곱 살 때였죠. 그해 국제연합(UN)이 주관하는 '재난위험 줄이기 대책회의'가 몽골에서 열리는데, 연설자를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죠. 평소 제 생각을 솔직하게 써서 신청했더니 연설자로 뽑힌 거예요! 몽골로 가서 많은 사람 앞에 나가 발표할 때는 정말 떨렸어요. 하지만 세계 각국 장관이 저를 다른 어른 참가자들과 똑같이 대하는 걸 보고 '나 같은 어린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인도로 돌아와 '아동 운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홍보를 했어요. 의회 앞에 나가 '정치인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위를 하겠다고요.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해서 저 혼자 시위했는데, 이제는 많은 단원과 함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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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산소호흡 장치 '수키푸'를 착용한 칸구잠.

Q3. 식물이 든 산소호흡 장치를 메고 시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지난해 직접 만든 '수키푸(SUKIFU)'예요. 수키푸는 '미래 생존을 위한 장치(SUrvival KIt for the FUture)'의 줄임말이에요. 최악의 대기오염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제작한 호흡 장치죠. 식물이 자라는 화분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착용형 공기 청정기'라고 할까요? 제가 이런 장치를 쓴 걸 보고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아동 운동'을 비롯한 환경단체가 노력한 결과, 이제는 인도 국민도 정부에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수키푸는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호흡기 마스크로 전달받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식물을 심은 화분을 가방에 넣은 뒤, 튜브(연결관)로 가방과 호흡기 마스크를 연결하면 된다. 등에 메고 다니는 휴대용 산소 탱크인 셈이다. 찬단 고시 인도공과대학교(IIT) 교수의 도움을 받아 칸구잠이 만들었다고 했다. 칸구잠은 "실질적인 산소 공급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지구가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물건"이라고 했다.

인도의 대기오염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전 세계 대기 질을 알려주는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했던 세계 도시 30곳 중 21곳이 인도에 있다. 인도 수도 뉴델리는 작년 11월 최악의 스모그로 전 학교가 휴교했다. 공장 매연이 주요 원인이지만, 산에 불을 지른 뒤 그 자리에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 방식인 화전(火田)도 문제다. 숲의 면적이 줄어들 뿐 아니라, 불을 낼 때 생기는 연기가 스모그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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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스페인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콘퍼런스'에 참가한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오른쪽)가 칸구잠의 플래카드를 함께 들고 있다.

Q4. 10대 환경운동가라는 점에서 툰베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툰베리랑 실제로 만난 적이 있어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저와 툰베리 모두 초청받아 연설했거든요. 행사가 끝나고 따로 만나 앞으로 어떻게 환경운동을 할 건지 얘기했어요. 툰베리는 '인도에 오염 물질을 제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지도자들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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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모디 총리를 만나면 어떤 얘기 하고 싶나요?

"공장이 오염 물질을 많이 만들지 못하게 하는 법을 빨리 제정해달라고 해야죠. 한 가지 더,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학기말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건으로 '나무 10그루 심기'를 도입하자고 말할 거예요. 수백만 학생이 매년 10그루씩 나무를 심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5년 안에 인도가 초록색으로 가득해지고 인도 시내에 미세 먼지도 줄어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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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구잠이 만든 단체 '아동 운동'이 인도 오디샤주(州)에서 지난해 10월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맨 앞에서 시위를 이끄는 칸구잠.

Q6. 어른이 돼도 환경운동을 계속할 건가요?

"나중에는 우주에서 실험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지금 우리 지구는 너무 병들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목숨을 잃고 말 거예요. 그때를 대비해 달이나 화성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싶어요. 물론 그날이 오기 전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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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지난해 9월 열린 기후변화 시위에 나선 칸구잠(앞줄 빨간 옷을 입은 어린이)과 앙골라 학생들. 칸구잠은 유네스코(UNESCO)가 주관한 '아프리카 평화문화포럼'에 초청받아 앙골라에서 환경단체와 학생들이 이끈 기후변화 시위에 참여했다.

Q7. 학교에 다니면서 환경운동을하려면 정말 바쁘겠어요

"작년에는 부모님과 논의해서 학교에 안 갔어요. 지금은 다시 학교에 나가지만요.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 동안 집에서 공부했어요. 시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시위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하면 되지만, 시위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어떤 얘기를 할지 미리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공부가 우선이라 학교로 돌아왔는데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아,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어린이조선일보에 제 얘기가 나오면 꼭 볼 거예요. 신문은 언제 나오나요? 기사가 실리는 홈페이지 주소라도 꼭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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