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국비지원 영어연수 다녀온 초등교사, 정작 영어 전담은 탈락

이재 조선에듀 기자

2020.03.25 10:17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교육부 특교 660만원 등 1인당 1320만원·대체 인건비
-영어과목 전담 신청해도 높은 경쟁률에 탈락 비일비재
-‘학교장 자율’ 따른 교사배정에 교육청은 발만 동동

기사 이미지
#.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이민정(가명·33)씨는 올해 5학년 반을 맡았다. 지난해 하반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영어 심화연수에 참여해 올해부터 영어 전담교사를 담당하고 싶었지만, 지원자가 많아 경쟁에 밀렸다. 연수를 마치며 ‘영어 전담교사로 지원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썼지만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영어교육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연수에 참여했는데 정작 수업을 맡지 못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초등교사의 영어수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영어 심화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연수를 다녀온 교사가 영어 심화과목을 맡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국고지원이 이뤄지는 연수인만큼 목적에 맞게 연수를 다녀온 교사가 영어 심화과목을 맡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본지가 영어 심화연수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최근 3년간(2018~2020년 상반기) 전국 17개 시도에서 영어 심화연수에 참여한 초등교사는 713명이다. 참여 교사 수는 162명을 파견한 전북도교육청이 가장 많았고, 경기도교육청 69명, 경남도교육청 59명 순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 45명 ▲충남도교육청 40명 ▲강원도교육청 38명 ▲세종시교육청 38명 ▲서울시교육청 37명 ▲대전시교육청 35명 ▲부산시교육청 34명 ▲제주도교육청 28명 ▲충북도교육청 28명 ▲울산시교육청 27명 ▲인천시교육청 20명 ▲전남도교육청 16명 ▲대구시교육청 9명 ▲광주시교육청 5명 등이다.

선발된 초등교사는 6개월간 합숙연수를 한다. 마지막 1개월은 미국 등 해외에서 실습도 한다. 기숙사비와 식비, 체험학습비, 비행깃삯, 현지 홈스테이 비용 등 모든 비용은 국비로 지원한다. 교육부는 이들에 대해 1인당 660만원(3년 평균액)을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했다. 여기에 시도교육청도 공동출자(매칭) 형태로 이들의 연수비용을 부담한다. 교육당국이 영어 심화연수 교사 1인당 약 1320만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6개월간 자리를 비운 교사를 대신할 대체인력 비용이다. 한 학기를 아예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영어 심화연수 특성상 일선학교는 기간제 교사로 빈자리를 대신한다. 이들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지원액은 더욱 커진다. 이모 교사는 “호봉에 따라 다르지만 약 5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마친 뒤 학교로 돌아와 영어수업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한 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각종 지원을 받아 연수를 마친 교사가 정작 학교로 돌아와 영어과목 전담교사로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사실상 세금낭비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는 학년 초 교사를 대상으로 담임 혹은 과목전담 희망서를 작성토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어전담은 인기가 많아 연수를 다녀온 교사가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연수에 참여한 교사가 영어과목 전담을 기피하는 게 아니라 간절히 원해도 맡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한 초등학교 교사인 박수원(가명·37)씨는 “과목 전담교사 배정은 사실상 학교장 자율”이라며 “아예 순번을 정하거나 교사 경력에 따라 정하는 경우도 있어 영어 심화연수를 다녀와도 고려대상이 아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2018년 상반기 영어 심화연수에 참여했으나 올해도 영어과목 전담교사 배정이 미뤄져 4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시도교육청은 물론 교육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은 달랐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연수를 진행하면서 연수 참여교사를 대상으로 영어 전담교사 신청을 꼭 하도록 서약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선학교의 교사배정에 일일이 개입할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영어 심화연수 관계자는 “수업과 교사배정 등은 법에 따라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 이상 개입할 권한이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 심화연수는 교사의 영어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영어과목 전담교사를 반드시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의 사정이 다르고, 영어전담을 맡지 않아도 영어교육 역량을 발휘할 다른 방법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