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힘든데…’ 코앞으로 다가온 교원양성기관 평가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18 14:28

-사범대·교직과정 등 예비교원 양성 질적 평가
-5등급 평가결과 따라 정원감축·폐지 등 진행
-“코로나19로 대면회의 못해 자료준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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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을 평가하는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교원 수급 조절을 강조하고 있어 정원 감축이나 교직과정 축소 등 출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면회의 등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대학가의 고충이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4월 5주기 2019~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3월과 5월 각각 사범대 설치대학 45곳과 미설치대학 113곳을 분리해 역량진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진단결과에 따라 A~E 5 등급으로 구분하고, C등급 이하부터 정원감축과 폐지를 진행한다. C등급은 정원 30% 감축, D등급은 50% 감축, E등급은 폐지다. 

    대학가의 표정은 어둡다. 일부 대학은 코로나19 때문에 평가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회의가 어렵다 보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이 같은 대학가의 호소에 따라 평가일정을 늦췄다. 사범대 설치대학 45곳의 대학별 자체진단 실시와 결과제출 일정을 31일에서 4월 28일로 1달 미뤘다. 실제 역량진단 실시 일정 등도 추이에 따라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사범대학장은 “관계자가 수시로 모여서 평가대비 방안을 논의하고 비전을 세워 자료를 수급해야 하는데 대면회의가 불가능해 어려움이 크다”며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회의를 진행하는 수준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한 차례 휩쓸고 간 대구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구대 관계자는 “2월은 사실상 대학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현재도 대면회의는 피하고, 1대1 회의나 비대면 방식의 회의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대학의 어려움에 대해선 다른 지역에서도 우려를 내놓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덜한 광주에 있는 조선대는 “밖에서 보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커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까 걱정될 정도”라며 “지금 평가를 실시하는 게 적절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 평가에선 강도 높은 정원감축이 예상된다. 정부의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1월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다며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다시 짜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당초 교육부는 2030년까지 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공립학교 교과교사 신규채용 규모를 초등 14~24%, 중등 33~42% 줄이기로 했으나, 이 권고로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어 감축 비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정원감축에 대비해 미리 일부 학과의 폐지를 내정하기도 한다. 한 대학 평가팀장은 “전체 학과에서 일률적으로 비율을 줄이기보다 일부 경쟁력이 없는 학과의 수를 줄이거나, 교직과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대처하려고 한다”며 “이미 내부평가를 통해 대상 학과 선정을 끝마쳤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평가가 반드시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율 조정은 예상하고 있으나 평가의 목적은 아니다”며 “이 평가는 교·사대 통합이나 교직전문대학원 설립 등 교원양성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평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