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따른 유치원·어린이집 원비 반환, 가능할까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13 10:48

-유치원 수업료 반환 어려워 … 휴업 1달 넘으면 ‘면제’
-어린이집 기타 경비는 분기별 정산해 차액 일부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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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3월 원비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유치원비 반환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13일 오전 10시 현재 2만6711명이 동의한 상태다. 과연 유치원비와 어린이집 원비 반환은 가능할까. 

    수업료는 반환이 어렵다. 수업료는 원칙적으로 유치원 수업일수인 180일에 균등하게 배분해 징수한다.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해 현재 수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앞으로 학사일정으로 조정해 수업일수 180일을 채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수업료를 환불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유아교육법상 부득이한 경우 수업료를 반환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지만, 현재 코로나19는 이 같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수업료를 반환해야 하는 사유는 ▲유아가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하는 경우 ▲입학을 못하거나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입학을 포기한 경우 ▲자퇴한 경우 ▲본인의 질병·사망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입학하지 못한 경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입학을 못 하거나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긴 어렵기 때문에 수업료 반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개학 연기가 길어져 수업일수가 180일보다 줄어들고, 그 기간이 한 달을 넘긴다면 수업료 일부가 ‘면제’된다. 가령 3월 수업료를 내고, 3월 내내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3월 수업료 납부 의무 자체가 소멸하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경우 3월 수업료를 반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4월 수업료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이월된다”고 설명했다. 

    수업료를 제외한 다른 비용은 반환이 가능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치원 수업료 반환 요구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수업료 외 통학버스 요금이나 특별활동비 등은 지금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당국의 설명에도 일선 유치원은 잦은 민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연일 유치원비 반환을 요청하거나 묻는 학부모의 전화가 쏟아진다”며 “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입장과 원칙을 드러내 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유가 있는 일부 대형 사립유치원은 실제 유치원비를 반환하기도 했다”며 “다만 대다수 유치원은 유치원비를 반환했을 때 당장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관리비용 등으로 유치원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실질적인 유치원 인건비 등을 보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일선 유치원의 호소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머물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12일 긴급돌봄으로 인한 급·간식비를 긴급 지원하고, 학급운영비 등 원래 지원하기로 책정했던 비용도 조기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적 여유가 있는 일부 교육청에 그친 사례로, 보다 적극적인 교육당국의 지원확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료와 기타 경비를 징수한다. 보육료는 국가가 전액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반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특수활동비나 방과후활동비 등 일부 비용은 어린이집에 따라 다르고, 학부모가 직접 납부하는 금액이라 원칙적으론 반환할 수 있다. 다만 반환시기가 정해져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기타 비용을 징수해 집행한 뒤 분기별로 정산해 차액 등을 학부모에게 반환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만약 기타 비용을 이미 납부했다면 정산 뒤 반환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때 실제 징수 뒤 운영 등을 위해 집행된 금액 일부는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집행된 금액으로 인해 반환 금액은 납부액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