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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으로 입시 공부만? 전문가에게 음악·요리·사진까지 배운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2020.03.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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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 ] 전문가 온라인 클래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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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문가가 숨겨진 노하우와 관련 기술을 영상으로 전하는 온라인 강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예술교육플랫폼 원더월에서 선보이는 래퍼 기리보이의 프로듀싱 클래스, ‘전문가의 실무교육’을 내세운 콜로소의 레시피 강의, 에스티유니타스가 운영하는 ‘커넥츠 취미클래스’의 다이어트 전문가 강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충청북도 청주에 사는 고 1 김하나양은 요즘 그래미상을 받은 뮤지션 데이비드 김(활동명 '영인')씨에게서 믹싱(mixing·둘 이상의 음향을 섞는 작업) 기법 수업을 듣는다.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수강한다. 김양은 "아티스트라는 꿈을 위해 노력 중인데, 관련 정보를 듣거나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워 힘들어할 때 부모님께서 수업을 추천해주셨다"며 "그간 도제식으로만 이뤄졌던 교육을 스마트폰을 통해 쉽고 저렴하게 배울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고 전했다.

# 수도권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민(23)씨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유명 사진작가로부터 인물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있다. 취미활동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매력에 빠져 졸업 후 진로까지 고려 중이다. 그는 "외부 활동이 부담스러운 시기에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입시를 담당하는 일타강사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온라인 강의 시장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분야별 전문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 온라인 강의 업체만 여럿 생겼다. 특히 음악, 요리, 미용 등의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간 온라인 강의가 입시 위주로 이뤄져, 대학 간판 이외에 현실적인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전문가 노하우, 온라인으로 듣는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끌고 있다. 성인 실무교육업체 패스트캠퍼스는 지난해 2월 '전문가의 실무교육'을 내세운 콜로소(coloso)를 선보였다. 기존 실무교육이 주로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아쉬움을 떨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수요를 반영하고자 기획됐다. 미쉐린 셰프에게 요리를, 기안84 등 인기 웹툰 작가에게 스토리 기획하는 법 등을 배우는 식이다.

공단기·영단기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각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공예 작가들이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영상으로 알려주는 '커넥츠 취미클래스'를 지난달 열었다. 지난해 베타서비스로 '커넥츠 Q&A'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각 분야 전문가에게 궁금증이 많다는 수요를 확인해 정식 서비스로 출시했다. 패션, 원예, 글쓰기, 댄스, 사진 등 18개 분야의 136개 전문가 강의(3월 9일 현재)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교육플랫폼 원더월(wonderwall)은 예술 분야의 인기 아티스트로 한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싱어송라이팅 클래스 ▲힙합계에서 주목받는 래퍼 기리보이, 나플라, 루피, 밀릭에게 듣는 프로듀싱 클래스 ▲피아니스트 지용의 연주 클래스 등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아티스트들의 창작과정과 핵심 노하우를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풀어내 론칭한 지 3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40만명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예능계 스타 PD인 여운혁 PD가 만든 '바이블(vible)', 전문가들의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taling)', 강의 관련 준비물도 안내하는 '클래스 101' 등의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 러닝으로 핵심만 담아… 전문가 유명세에 의존

전문가 동영상 강의는 긴 재생시간이 필요한 기존의 온라인 강의에서 벗어나 작은 단위의 콘텐츠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 세대의 콘텐츠 소비, 학습 성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개 핵심 위주로 개별 강의당 10강 내외, 한 강의당 10분 내외로 구성했다. 강의 초반에는 해당 챕터에서 배울 내용을 정리해 한 번에 보여주며, 초보자를 위한 용어 설명을 덧붙이는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패스트캠퍼스 측은 "광고 수익을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한 가지 주제만 강조하는 유튜브 동영상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전문가 동영상 강의는 기초부터 차례로 기획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일방향적인 기존 온라인 강의의 단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습자와 전문가 간 소통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Q&A를 통해 전문가와 상담을 돕거나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추진하기도 한다. 원더월 측은 “피드백 코너를 통해 수강생 자신이 만든 작업물을 공유하고, 아티스트와 의견을 나눠 발전시키기도 한다”며 “온라인 강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아티스트와 만남을 시도하는 이벤트도 기획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의료는 전문가별 10만~30만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이런 부담을 덜고자 연회비를 내고 장기적으로 강의를 듣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구독경제 방식으로 수강료를 낮추는 업체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유행 중이다. 시초는 미국의 에듀테크 기업 ‘마스터클래스’.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연기하는 방법을,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영화 제작하는 방법을 쉽게 알려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작가 맬컴 글래드웰, 농구선수 스테픈 커리, 요리사 고든 램지 등의 전문가 강의로 지난해 약 8000만달러 투자금을 모집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문가 강의의 경우, 그들의 유명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마스터클래스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더스틴 호프먼이 성추행 논란이 일자 연기 수업 영상을 삭제한 바 있다. 또한 전문가별 관련 노하우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지속적으로 수강을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기존의 이러닝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관련 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체별로 공신력을 얻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강의 이외에 수강생에게 관련 분야 취업을 연계하는 등 구조적인 시스템을 갖춘 곳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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