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여행은 창의력 훈련이다
기사입력 2020.02.25 08:20
  • 창의력이 디지털 시대의 핵심 역량이라는 것은 이제 두말하면 입 아프다. 관건은 ‘어떻게(how)’ 창의력을 키울 수 있냐는 것인데,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이다.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 중 여행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 작가들이 많다. 헤밍웨이는 쿠바 여행 중 집필하였던 <노인과 바다>를 통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톰소여의 모험>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여행 작가 출신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업가들에게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창의력의 대명사처럼 된 스티브 잡스의 경우 대학교 때 떠난 인도 여행이 그의 커리어에 큰 임팩트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여행을 통해 창의적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바 있다. 

    필자 역시 지금까지 <이토록 쉬운 블록체인&암호화폐>, <코딩이 미래다>, <멈추지 않는 진화 블록체인&암호화폐 2.0> 등 3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재밌는 점은 책에 들어간 상당 수의 내용을 여행 중에 떠올렸다는 것이다. 여행 장소로는 주로 부산과 같이 바다와 인접한 대도시를 갔었다. 집필하였던 세 권의 책 모두에서 반복 되었으니 우연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학과장인 아담 갈린스키는 여행이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ability to make deep connections between disparate forms)’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갔다고 가정해보자.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로 이동하려고 한다.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그랩(Grab)이라는 앱을 켜서 택시를 부른다.

    뭔가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데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도로는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길의 상태며 운전자들의 패턴이며 모든 것들이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상당히 빠르게 적응한다.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평소 보던 것들과 연결고리를 찾아나간다.

    지난 칼럼에서도 얘기했듯이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있지만’ 연관성이 없는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으로 정의함이 적절하다. 다시 말해,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연결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여행을 가면 자연스럽게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평소 잘 활용하지 않는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게 되니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다.   

    주의해야할 점은 여행을 간다고 무조건 창의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갈린스키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나치게 많은 나라를 방문할 경우 독창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완전히 다른 문화권으로 여행하는 것보다 비슷한 문화권을 갔을 때 창의력 점수가 더 높아졌다.

    갈린스키는 너무 환경이 다른 곳을 가게 되면 심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어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휴양지에서 그냥 쉬고 오는 것 보다는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현지 문화를 적극적으로 접하고 적응해보는 여행법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국내 여행도 좋은 옵션이다. 해외 여행을 가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다른 언어를 꼭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의 뇌를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공간에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여러 번 강조했듯 창의력은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흉내내기 어려운 인간의 독창적인 능력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마침 우리에게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좋은 훈련법이 있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단어, 바로 여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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